인문사회학자 이진우 교수 신간 '개인주의를 권하다'
"건강한 개인주의가 사회 발전의 토대"
개인주의에 대한 비난과 희망이 엇갈린다.

어떤 사람들은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가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회를 가져올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개인주의가 공동체의 도덕적 기반을 허물어뜨려 사회가 더욱 혼란스러워질 거라고 주장한다.

개인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MZ세대가 추구하는 탈권위의 가치에 주목하는 반면, 개인주의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공동체와 공공의 가치에 대한 관심이 후퇴하는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분명한 건 한국 사회도 시대 흐름에 맞춰 개인주의 시대를 맞이했다는 사실이다.

혼밥, 혼술 등의 라이프 스타일이 일상화했고, 1인 가구의 생활을 보여주는 TV 예능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회사가 직급 대신 이름을 부르는 수평적 체계를 도입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개인들은 정말 삶의 중심에 서서 자신의 삶을 당당히 주도하는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우리는 여전히 나이를 묻거나 상하관계를 확인한다.

그리고 튀지 않고 주변에 적당히 맞춰 살라고 강요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개인으로서의 삶은 이해받기 어렵고, 개인주의자는 별종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계명대 철학과 교수와 총장을 지낸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개인주의 확산이 사회의 개인화로 비롯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역설한다.

다른 사람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건 '노예의 삶'이나 다를 바 없다는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의 외침처럼, 이 교수는 "우리가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개인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설파한다.

신간 '개인주의를 권하다'는 진정한 개인주의의 의미,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잡는 방법 등을 담아냈다.

저자의 '인생명강'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책으로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쓸모있는 사람입니까?' 등 8가지 질문으로 우리 스스로가 삶의 진리가 되는 길을 모색한다.

개인주의는 16세기를 기점으로 서양에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는 자본주의·민주주의 발전과 더불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개인화를 21세기 메가 트렌드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주의의 본질적 의미는 퇴색된 채 여전히 자기중심적 태도 혹은 이기주의의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물건으로 대하는 태도는 부정적 이기주의지만, 개인적 욕구를 추구하면서도 타인을 나와 같은 욕망이 있는 인격체로 대하는 태도는 건강한 이기주의"라며 건강한 개인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집단주의 문화와 권위주의적 위계질서가 건강한 개인주의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말이다.

더불어 최근 몇 년 사이에 불거진 '갑질 문화'를 진단하며 타인의 인정을 통한 자기 인정, 자기 인정을 바탕으로 한 타인의 인정이 호혜적 관계를 유지할 때 비로소 건강한 개인주의가 탄생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저자가 인용한 칸트의 개인주의 정언명법 중 일부.
"나는 너 자신의 인격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격에서도 인간성을 항상 목적으로 사용하고 결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행위하라."
이는 사람을 물건으로 대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성장을 도모하는 분위기가 갖춰졌을 때 건강한 개인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물론 그 전제는 모든 판단의 중심에 타인이나 집단이 아닌 나를 놓는 개인주의다.

이를테면 당당한 '주권적 개인'이 되자는 뜻이라고 하겠다.

21세기북스. 272쪽. 1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