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메타버스…열풍 뒤에 가려진 진실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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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열풍이 거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메타버스에 올라타겠다며 글로벌 게임사인 블리자드를 인수할 정도다. 투자 금액이 무려 82조원이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아예 메타로 바꿨다. 빅테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일종의 증표다. 메타버스가 뜰 지, 말 지를 갑논을박할 시점이 이미 지났고, 메타버스가 창출할 새로운 가치가 무엇일 지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임을 보여주는 증좌다.
그럼에도 메타버스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관한 명확한 정의는 찾기 어렵다. 혹자는 ‘인터넷 2.0’이라고도 부른다. 0과 1의 숫자 배열로 모든 데이터를 전지구적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해 준 인터넷 혁명의 다음 버전이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 같은 해석은 다분히 메타버스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경험, 그리고 이 같은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테크의 급진전이 소위 메타버스 혁명을 가능케한다는 분석이다. BCG는 글로벌 기업들의 딥테크(심층 기술)에 대한 투자 동향을 담은 최근 보고서에서 “진짜 AR, VR의 시대가 왔다”고 언급했다. 페이스북이 2014년 AR·VR기기 기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의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크의 관점에서만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것은 거대한 생태계의 일면만을 보는 것일 수 있다. 마치 달의 뒷면을 보지 못한 인류가 달의 전체를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것과 같다. 이와 관련해, 배성우 SBS PD(부장)는 “메타버스의 핵심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펼칠 수 있는 세계관”이라고 지적했다. 배 PD는 VR 기술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가상 체험이 가능한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실감나게 아이돌의 컨서트 현장을 감상할 수 있는 컨텐츠 등이 주류였다. 반향이 크지는 않았다. 배 PD는 “당시 VR 기술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릴 정도로 발전되지 않았던 측면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게 빠져 있었다”며 “VR이건 AR이건 해당 컨텐츠를 왜 시청해야 하는 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들의 M&A 전쟁은 하드웨어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세계관(컨텐츠)과 이를 만들어내는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증명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주는 사례가 유니티의 웨타 디지털 인수다. 게임엔진 개발회사인 유니티는 지난해 11월 영화 ‘반지의 제왕’ 등 수많은 대작의 CG 영상을 제작한 뉴질랜드 대표 기업에 1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김영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웨타 디지털이 갖고 있는 ‘골룸’ 등 주요 캐릭터에 대한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는 등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에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유니티의 목표라는 분석이다. 빅테크들은 메타버스를 마치 게임의 세계처럼 만들고 싶어한다.
국내 기업들에도 메타버스는 발등의 불이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뿐만 아니라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도 메타버스라는 초특급 열차에 올라타기 위해 안간힘이다.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오프라인에 전시돼 있는 상품을 메타버스라는 형식만 빌러 비대면 매장으로 바꾸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컨데 롯데면세점이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가상 피팅룸을 구현한 메타버스 면세점을 출품하는 식이다. 정작 중요한 롯데만의 메타버스 세계관이 무엇인 지에 대해선 질문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다.
늘 그래왔듯이 첨단 테크놀로지는 승자독식의 결과를 낳는다. 특히 테크에 기반한 플랫폼비즈니스는 현대판 독점(modern monopoly)이라고 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 결국, 메타버스 플랫폼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빅테크들이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차선책은 메타버스 플랫폼에 하루라도 빨리 올라타는 것이다. 자신만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이라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그럼에도 메타버스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관한 명확한 정의는 찾기 어렵다. 혹자는 ‘인터넷 2.0’이라고도 부른다. 0과 1의 숫자 배열로 모든 데이터를 전지구적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해 준 인터넷 혁명의 다음 버전이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 같은 해석은 다분히 메타버스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경험, 그리고 이 같은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테크의 급진전이 소위 메타버스 혁명을 가능케한다는 분석이다. BCG는 글로벌 기업들의 딥테크(심층 기술)에 대한 투자 동향을 담은 최근 보고서에서 “진짜 AR, VR의 시대가 왔다”고 언급했다. 페이스북이 2014년 AR·VR기기 기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의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크의 관점에서만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것은 거대한 생태계의 일면만을 보는 것일 수 있다. 마치 달의 뒷면을 보지 못한 인류가 달의 전체를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것과 같다. 이와 관련해, 배성우 SBS PD(부장)는 “메타버스의 핵심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펼칠 수 있는 세계관”이라고 지적했다. 배 PD는 VR 기술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가상 체험이 가능한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실감나게 아이돌의 컨서트 현장을 감상할 수 있는 컨텐츠 등이 주류였다. 반향이 크지는 않았다. 배 PD는 “당시 VR 기술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릴 정도로 발전되지 않았던 측면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게 빠져 있었다”며 “VR이건 AR이건 해당 컨텐츠를 왜 시청해야 하는 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들의 M&A 전쟁은 하드웨어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세계관(컨텐츠)과 이를 만들어내는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증명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주는 사례가 유니티의 웨타 디지털 인수다. 게임엔진 개발회사인 유니티는 지난해 11월 영화 ‘반지의 제왕’ 등 수많은 대작의 CG 영상을 제작한 뉴질랜드 대표 기업에 1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김영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웨타 디지털이 갖고 있는 ‘골룸’ 등 주요 캐릭터에 대한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는 등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에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유니티의 목표라는 분석이다. 빅테크들은 메타버스를 마치 게임의 세계처럼 만들고 싶어한다.
국내 기업들에도 메타버스는 발등의 불이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뿐만 아니라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도 메타버스라는 초특급 열차에 올라타기 위해 안간힘이다.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오프라인에 전시돼 있는 상품을 메타버스라는 형식만 빌러 비대면 매장으로 바꾸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컨데 롯데면세점이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가상 피팅룸을 구현한 메타버스 면세점을 출품하는 식이다. 정작 중요한 롯데만의 메타버스 세계관이 무엇인 지에 대해선 질문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다.
늘 그래왔듯이 첨단 테크놀로지는 승자독식의 결과를 낳는다. 특히 테크에 기반한 플랫폼비즈니스는 현대판 독점(modern monopoly)이라고 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 결국, 메타버스 플랫폼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빅테크들이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차선책은 메타버스 플랫폼에 하루라도 빨리 올라타는 것이다. 자신만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이라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