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로비 언급…곽상도 측 "내용 사실과 달라"
"곽상도가 돈 달라고 해"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공개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 내용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는 19일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54) 회계사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김씨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4월 4일 정 회계사와 대화하면서 "병채(곽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 곽병채 씨를 통해 금품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김씨가 곽병채 씨에게 '아버지가 무엇을 달라느냐'고 묻자 곽씨가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라고 답했고, 이에 김씨가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하느냐. 그러면 양 전무(화천대유 임원)보다 많으니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라고 답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화천대유가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고, 로비를 받은 공무원들이 사업에 협조해주고 있는지 곽병채 씨가 파악해 김씨에게 보고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보도된 녹취록 속 김씨와 정 회계사의 대화에서는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린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 명단과 금액 배분 계획도 나왔다.

이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3월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권순일 전 대법관 이름을 언급하며 '50개(50억 원)'씩 챙겨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정 회계사에게 말했다.

이에 정 회계사는 '곱하기 50 하면 300억'이라고 답했다.
"곽상도가 돈 달라고 해"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공개
곽 전 의원이 대장동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5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은 검찰 수사 초기부터 제기됐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께 화천대유와 하나은행의 컨소시엄이 무산되려 하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를 막아 주었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세금 제외 25억 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해 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곽 전 의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보완 수사를 벌이는 검찰은 지난달 30일 김정태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으나, 현재까지 곽 전 의원 영장 재청구 여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녹취록 중 곽 전 의원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해명되는 중"이라며 "작년 법원 영장심사에서도 위 녹취록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녹취록 내용이 보도되자 즉각 우려를 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기자단에 입장문을 내고 "형사사건의 조서, 녹취록, 녹음파일 등이 맥락과 사실관계 확인 없이 유출될 경우 관련 재판과 진행 중인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고, 사건 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열람·등사한 자료를 재판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유출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회계사의 녹취록은 검찰이 지난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김씨와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을 구속기소하는 데 핵심 근거로 쓰였고, 녹취록 내용이 수사 중 제기된 의혹들과도 상당 부분 맞아떨어지는 만큼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광주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회계사 녹취록 내용을 거론하며 "곽 전 의원이 사실상 (50억 원을) 요구했다는 게 드러났다"며 "대장동 특검은 반드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곽상도가 돈 달라고 해"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공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