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망한 테마라고 높은 수익률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지난해 미국에 상장한 ETF의 40%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성장 기대감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ETF도 펀더멘털(실적 기반)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메리츠증권은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2차전지, 헬스케어 혁신기술 등 네 가지 신산업 테마 ETF 중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는 ETF 4종을 추려냈다. 작년 1월부터 현재까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꾸준히 늘고, 지난해 주가수익비율(PER) 상승이 크지 않았던 종목들이다.

AI 테마에서는 ‘글로벌 X 로보틱스 앤드 AI ETF(BOTZ)’를, 5G에서는 ‘글로벌 X IoT ETF(SNSR)’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2차전지 테마에서는 ‘글로벌 X 리튬 앤드 배터리 테크 ETF(LIT)’를 추천했다. 헬스케어 테마 중에서는 고령화 수혜주에 집중 투자하는 ‘글로벌 X 에이징 포퓰레이션 ETF(AGNG)’가 리스트에 올랐다.

지난해 테마 ETF의 성적표는 펀더멘털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2월 이후 주식시장 내 인플레이션 우려와 공급망 이슈가 부각됐다”며 “그 결과 12개월 선행 PER 하락과 성장주 대비 가치주 강세 흐름 전환이 나타났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테마형 ETF는 주가 하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아크인베스트의 테마 ETF 부진이 대표적 예다.

이 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긴축 정책과 이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테마형 ETF 시장에서도 신산업에 대한 기대감보다 펀더멘털 개선에 초점을 맞춘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개별 ETF의 펀더멘털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증권사 리포트 등을 통해 상위 구성 종목의 12개월 선행 PER, EPS 등을 확인하는 게 그나마 대안이다. 현재 기준 각 ETF의 PER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 상장 ETF는 ETF닷컴에서 현재 기준 PER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자산운용만 ETF별 PER, 주가순자산비율(PBR)를 산출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