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中 반도체 굴기, 이제 시작일 뿐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년간 투자, 실패 아닌 시행착오
美에 필적하는 기술·인력 확보
K반도체 현실 안주 땐 미래없어"
이심기 산업부문장 겸 산업부장
美에 필적하는 기술·인력 확보
K반도체 현실 안주 땐 미래없어"
이심기 산업부문장 겸 산업부장
“첫째, 팔 생각이 없다. 둘째, 인수자가 한국 기업이라면 팔 생각은 더욱 없다.”
삼성이 수년 전 일본 굴지의 전자회사 TDK 인수를 타진하자 돌아온 대답은 단 한 문장이었다. 얼마에 살 건지 가격은 묻지도 않았다고 한다. TDK는 무라타제작소와 함께 ‘전자왕국’ 일본의 빛바랜 명성을 지키는 몇 안 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약 1조8000억엔(약 19조원). 영업이익률은 9% 안팎으로 견조하다. 시가총액 17조원 정도로 크지 않지만 글로벌 투자자 시각에선 “매력 있는 회사”다.
TDK가 삼성의 인수 제의를 거절했다는 얘기를 다시 떠올리게 한 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실패로 끝났다는 최근 외신 보도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반도체 굴기의 벤치마킹 모델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다. 중국은 15%대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2015년 1조위안(약 170조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만들어 물량 공세에 나섰지만 지난해 반도체 수입 규모는 889억달러(약 95조원)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증했다.
중국이 유독 반도체에서 헤매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복잡한 제조 공정을 꼽았다. 반도체는 원재료 투입 후 완제품 생산까지 2~3개월이 걸린다. 반면 LCD(액정표시장치)는 1주일이면 충분하다. 한국의 LCD가 중국에 손쉽게 함락된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이 2차전지 분야에서 단기간 내 세계적 수준에 오른 것도 기술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제조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제품에 따라 300~800개의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두 개 기술을 베끼거나 기술자 몇 명을 스카우트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핵심 장비의 조달도 문제였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2018년 기술개혁 태스크포스(TF)를 맡아 시도한 첫 번째 프로젝트가 포토장비의 자급화였다. 나노급 반도체 미세가공을 위한 포토공정에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수다. EUV 파장의 광원을 활용하는 리소그래피 기술이 핵심인데, 네덜란드 ASML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류허는 ASML을 따라잡기 위해 중국 회사 1000개를 조직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반도체 자급이 절박했던 중국은 앞서 2015년 ASML을 상대로 해킹까지 시도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끝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ASML이 구축한 강력한 공급망(SCM)과 산업 생태계를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EUV 장비를 둘러싼 기업 숫자만 2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중국이 ASML의 내부전산망을 뚫었지만 극히 일부의 ‘퍼즐’만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ASML 측은 중국을 특정하지 않은 채 “해킹은 있었지만 그들은 값어치 있는(valuable)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이걸로 끝난 걸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은 미국에 필적한다. 장비와 인프라가 없을 뿐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간의 문제만 남았다”고 했다. 게다가 중국의 추격의지와 속도가 한국보다 강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오히려 중국의 1차 실패는 한국에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묻게 한다. 어차피 누구도 중국이 3년 만에 반도체 굴기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중국 칭화대와 베이징대가 매년 배출하는 반도체 전문인력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3년간 겪은 시행착오는 그대로 남아있다. 중국이 언젠가 ASML 도움 없이 EUV 장비를 만들 것이라고 단언하는 전문가들도 상당하다.
한국은 어떤가. ‘K반도체’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는 발표 후 올해로 4년째지만 아직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연간 배출되는 반도체 전문인력은 중국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한국은 이미 뒤처지기 시작했다. 일본은 반도체 자급을 포기했지만 소재와 장비기술은 여전히 강력하다. TDK가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말뿐인 ‘K반도체’에는 뭐가 남을까.
삼성이 수년 전 일본 굴지의 전자회사 TDK 인수를 타진하자 돌아온 대답은 단 한 문장이었다. 얼마에 살 건지 가격은 묻지도 않았다고 한다. TDK는 무라타제작소와 함께 ‘전자왕국’ 일본의 빛바랜 명성을 지키는 몇 안 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약 1조8000억엔(약 19조원). 영업이익률은 9% 안팎으로 견조하다. 시가총액 17조원 정도로 크지 않지만 글로벌 투자자 시각에선 “매력 있는 회사”다.
TDK가 삼성의 인수 제의를 거절했다는 얘기를 다시 떠올리게 한 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실패로 끝났다는 최근 외신 보도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반도체 굴기의 벤치마킹 모델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다. 중국은 15%대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2015년 1조위안(약 170조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만들어 물량 공세에 나섰지만 지난해 반도체 수입 규모는 889억달러(약 95조원)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증했다.
중국이 유독 반도체에서 헤매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복잡한 제조 공정을 꼽았다. 반도체는 원재료 투입 후 완제품 생산까지 2~3개월이 걸린다. 반면 LCD(액정표시장치)는 1주일이면 충분하다. 한국의 LCD가 중국에 손쉽게 함락된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이 2차전지 분야에서 단기간 내 세계적 수준에 오른 것도 기술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제조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제품에 따라 300~800개의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두 개 기술을 베끼거나 기술자 몇 명을 스카우트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핵심 장비의 조달도 문제였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2018년 기술개혁 태스크포스(TF)를 맡아 시도한 첫 번째 프로젝트가 포토장비의 자급화였다. 나노급 반도체 미세가공을 위한 포토공정에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수다. EUV 파장의 광원을 활용하는 리소그래피 기술이 핵심인데, 네덜란드 ASML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류허는 ASML을 따라잡기 위해 중국 회사 1000개를 조직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반도체 자급이 절박했던 중국은 앞서 2015년 ASML을 상대로 해킹까지 시도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끝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ASML이 구축한 강력한 공급망(SCM)과 산업 생태계를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EUV 장비를 둘러싼 기업 숫자만 2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중국이 ASML의 내부전산망을 뚫었지만 극히 일부의 ‘퍼즐’만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ASML 측은 중국을 특정하지 않은 채 “해킹은 있었지만 그들은 값어치 있는(valuable)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이걸로 끝난 걸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은 미국에 필적한다. 장비와 인프라가 없을 뿐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간의 문제만 남았다”고 했다. 게다가 중국의 추격의지와 속도가 한국보다 강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오히려 중국의 1차 실패는 한국에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묻게 한다. 어차피 누구도 중국이 3년 만에 반도체 굴기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중국 칭화대와 베이징대가 매년 배출하는 반도체 전문인력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3년간 겪은 시행착오는 그대로 남아있다. 중국이 언젠가 ASML 도움 없이 EUV 장비를 만들 것이라고 단언하는 전문가들도 상당하다.
한국은 어떤가. ‘K반도체’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는 발표 후 올해로 4년째지만 아직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연간 배출되는 반도체 전문인력은 중국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한국은 이미 뒤처지기 시작했다. 일본은 반도체 자급을 포기했지만 소재와 장비기술은 여전히 강력하다. TDK가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말뿐인 ‘K반도체’에는 뭐가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