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의견 120일간 수렴…"관련 법 제정없이 발행 추진 안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디지털 달러화'의 장단점을 설명한 백서를 발간, 이른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논의를 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방송, 로이터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연준은 디지털 달러화 도입에 따른 혜택과 위험, 해결과제 등을 기술한 40페이지짜리 백서를 이날 발포했다.

백서는 디지털 달러화의 도입으로 가계와 기업들이 안전한 전자 지급·결제 수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위해, 사생활 보호 문제, 사기와 불법 행위에 대한 대처 등의 해결과제도 언급했다.

백서는 또한 CBDC와 관련해 대중의 의견을 묻는 문항 22개도 담고 있다.

연준은 향후 120일간 이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CBDC는 문자 그대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

중앙은행이 그 공신력을 담보하고 있고 법정화폐로 취급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같은 민간 가상화폐와 다르다.

연준은 그동안 CBDC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이번 백서도 당초 지난해 여름 발간될 예정이었다가 연기됐다.

연준은 이번 백서가 어떤 정책 제안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백서 발간 자체가 CBDC 발행을 결정했다는 의미도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또 의회의 명백한 위임이 없다면, 특히 법안 형태의 지지가 없다면 CBDC 발행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연준 내부에서 CBDC에 대한 입장이 갈린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CBDC에 대해 '이도 저도 아닌'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CNBC는 평가했다.

그는 연준이 CBDC를 가장 먼저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되기보다는 제대로 된 CBDC를 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보다 더 회의적인 입장인 연준 위원들도 있다.

지난달 연준을 떠난 랜들 퀄스 전 부의장은 미 달러화가 이미 고도로 디지털화돼 있고 금융거래 비용 절감과 같은 CBDC 도입에 따른 혜택은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비해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적극적이다.

그는 경쟁국들이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디지털 달러화 도입을 미루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중국은 2019년 하반기부터 일부 시범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에 따르면 90여개국에서 자체 CBDC의 발행을 검토하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 연준, '디지털 달러화' 발행하나…장단점 검토 백서 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