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업계의 대세 됐다"…현대삼호重, '비장의 무기'로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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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현장 취재
이중연료추진선 '무기'로 글로벌 시장 공략하는 현대삼호重
컨테이너선·탱커·벌크선 등 대부분 이중연료추진 탑재
이산화탄소 15%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80~90% 저감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 이중연료 등 친환경선 발주 확대
2025년이면 신규 발주 선박 50%가 친환경선
"신기술 접목 선박은 한국에 맡기는 게 대세가 돼"
이중연료추진선 '무기'로 글로벌 시장 공략하는 현대삼호重
컨테이너선·탱커·벌크선 등 대부분 이중연료추진 탑재
이산화탄소 15%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80~90% 저감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 이중연료 등 친환경선 발주 확대
2025년이면 신규 발주 선박 50%가 친환경선
"신기술 접목 선박은 한국에 맡기는 게 대세가 돼"
이달 초 찾은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70만평 조선소는 건조 중인 배들로 가득차있었다. 조선소 옆 안벽엔 세계 최초의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으로 기록된 1만48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의 내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 옆으로 늘어서 있는 벌크선들 역시 LNG이중연료추진 엔진을 탑재했다. 김영환 현대삼호중공업 상무는 “이젠 도크에서 이중연료가 아닌 선박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조선소의 풍경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바람이 불러온 친환경선 ‘건조 전쟁’의 단면이다. 머스크, MSC, CMA CGM등 글로벌 해운 ‘공룡’들은 이미 3년 전인 2018년부터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친환경 선대 구축에 나서왔다. 비용 문제로 LNG나 LPG등 가스 운반선 중심으로만 적용됐던 이중연료추진은 이젠 컨테이너, 탱커, 벌크 등 모든 선종에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세계에 발주된 527척의 컨테이너선 가운데 23.3%인 123척이 LNG등 이중연료추진엔진을 탑재했다. 양으로만 보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 간 발주된 33척을 이미 3배 이상 넘어섰다. 1만2000TEU이상급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범위를 좁히면 이 비중은 40%대로 높아진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발주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48%도 이중연료추진엔진을 탑재했다.
이중연료 추진선은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와 LNG·LPG 같은 가스 연료를 함께 사용하는 선박을 말한다. 자동차로 치면 ‘하이브리드 엔진’이다.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소들은 작년에만 118척의 이중연료추진선을 수주하며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아직 축포를 터뜨리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석연료인 LNG를 활용한 이중연료추진 방식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간 기술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암모니아, 수소 등 차세대 선박엔진 분야에선 만(MAN), 바르질라 등 유럽 기업들이 원천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건조 경험을 축적하며 추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건조를 마친 뒤 내장 작업에 들어간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의 연료공급실에 들어가자 거대한 은빛의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영하 163도 이하의 극저온에서 액화되는 LNG를 담기 위해 특수 제작된 9%니켈강으로 만들어진 1만2000㎥급 대형 연료탱크다. 탱크 위론 LNG를 디젤 연료와 함께 엔진에 투입하기 위한 가스연료공급시스템(FGSS)가 줄지어 연결돼있었다. 문철원 현대삼호중공업 책임엔지니어는 “기존 디젤 엔진 대비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80~90%를 줄이고, 이산화탄소(CO2)도 15% 이상 줄여주는 시스템”이라며 “성능의 안정성이 높아 선주들의 신뢰도가 높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메탄올 추진선 발주는 조선 경기를 좌우하는 글로벌 선사들의 친환경 건조 경쟁의 서막을 알렸다. 경쟁 선사들은 이에 질세라 친환경선 발주에 나섰다. 지난 1년 간 이미 50여척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던 MSC는 LNG를 이중연료로 사용하는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추가 발주에 나섰다. CMA-CGM 역시 작년 하반기 현대미포조선에 2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주문했다.
선사들은 2023년부터 본격화하는 선박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친환경선 발주를 늘리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08년 대비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 최소 30% 이상, 2050년까지 70%를 감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3년부터는 신조선이 아닌 운항 중인 선박에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적용된다. 현대삼호중공업의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소들은 이 같은 변화의 최대 수혜자였다. '빅3'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친환경선 발주의 70% 가량을 싹쓸이했다. 메탄올, LNG뿐 아니라 액화프로판가스(LPG)등 새로운 연료를 쓰는 고부가가치 선박 대부분이 한국 조선소에 맡겨졌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발주된 1561척의 선박 가운데 35%가 이중연료 추진선이었다. 주요 글로벌 선사들이 거의 모든 신규 발주를 이중연료 추진선으로 채우면서 이 비중이 2025년이면 50%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란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김영환 현대삼호중공업 상무는 "신기술이 접목된 고가의 선박은 일단 한국 조선소에 맡기는 것이 업계의 대세가 됐다"며 "한동안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이중연료 추진 관련 원천기술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아직 극초기 단계인 수소를 제외하면, 이미 상용화가 이뤄진 LNG, 메탄올, LPG부터 암모니아 추진까지 대부분의 대형 선박엔진 원천기술은 MAN, 바르질라 등 유럽 엔진 개발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 조선소 가운데 엔진을 자체 개발하는 곳은 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현대중공업 주도로 암모니아와 수소 연료 추진 시스템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추격자’의 위치란 것이 업계의 냉정한 분석이다.
친환경선 발주량이 늘면서 낮은 인건비 부담으로 비용 경쟁력이 있는 중국 조선소들이 고난이도의 대형 친환경선 건조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도 위협 요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 발주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며 “한국이 우위에 서 있는 LNG운반선이나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도 수주 소식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 조선소들은 기술 개발과 함께 수주 전략을 다변화하며 중국 조선소를 견제하고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은 낮은 선박 단가에도 전체 수주 물량의 20~30%를 이중연료 추진 탱커와 벌크선들로 채우고 있다. 비주력 선종이라도 수주 경쟁에 참여해 중국 조선소들의 수주 단가를 낮춰 독주를 막는 전략이다.
2010년대 중반 조선 침체기를 거치며 사라졌던 해외 생산 거점 재확보에도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은 베트남에 있는 계열사 현대베트남조선을 활용해 탱커, 벌크선 등 국내선 수익을 내기 힘든 비주력선종을 집중 생산해 중국 조선소를 견제하고 있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과 합작사를 설립해 사우디 현지에 연간 40척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도 짓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이런 조선소의 풍경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바람이 불러온 친환경선 ‘건조 전쟁’의 단면이다. 머스크, MSC, CMA CGM등 글로벌 해운 ‘공룡’들은 이미 3년 전인 2018년부터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친환경 선대 구축에 나서왔다. 비용 문제로 LNG나 LPG등 가스 운반선 중심으로만 적용됐던 이중연료추진은 이젠 컨테이너, 탱커, 벌크 등 모든 선종에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세계에 발주된 527척의 컨테이너선 가운데 23.3%인 123척이 LNG등 이중연료추진엔진을 탑재했다. 양으로만 보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 간 발주된 33척을 이미 3배 이상 넘어섰다. 1만2000TEU이상급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범위를 좁히면 이 비중은 40%대로 높아진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발주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48%도 이중연료추진엔진을 탑재했다.
이중연료 추진선은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와 LNG·LPG 같은 가스 연료를 함께 사용하는 선박을 말한다. 자동차로 치면 ‘하이브리드 엔진’이다.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소들은 작년에만 118척의 이중연료추진선을 수주하며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아직 축포를 터뜨리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석연료인 LNG를 활용한 이중연료추진 방식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간 기술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암모니아, 수소 등 차세대 선박엔진 분야에선 만(MAN), 바르질라 등 유럽 기업들이 원천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건조 경험을 축적하며 추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건조를 마친 뒤 내장 작업에 들어간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의 연료공급실에 들어가자 거대한 은빛의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영하 163도 이하의 극저온에서 액화되는 LNG를 담기 위해 특수 제작된 9%니켈강으로 만들어진 1만2000㎥급 대형 연료탱크다. 탱크 위론 LNG를 디젤 연료와 함께 엔진에 투입하기 위한 가스연료공급시스템(FGSS)가 줄지어 연결돼있었다. 문철원 현대삼호중공업 책임엔지니어는 “기존 디젤 엔진 대비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80~90%를 줄이고, 이산화탄소(CO2)도 15% 이상 줄여주는 시스템”이라며 “성능의 안정성이 높아 선주들의 신뢰도가 높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LNG부터 암모니아까지 친환경선 시장 휩쓸어
2021년 글로벌 조선·해운업계에선 친환경 이중연료 추진선에 대한 발주 소식이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해 8월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로부터 메탄올 이중연료 엔진을 탑재한 1만6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 그간 이중연료추진 시장의 대세였던 LNG가 아닌 새로운 대체 연료가 원양을 넘나드는 주력 선종으로 진출한 첫 사례다.머스크의 메탄올 추진선 발주는 조선 경기를 좌우하는 글로벌 선사들의 친환경 건조 경쟁의 서막을 알렸다. 경쟁 선사들은 이에 질세라 친환경선 발주에 나섰다. 지난 1년 간 이미 50여척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던 MSC는 LNG를 이중연료로 사용하는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추가 발주에 나섰다. CMA-CGM 역시 작년 하반기 현대미포조선에 2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주문했다.
선사들은 2023년부터 본격화하는 선박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친환경선 발주를 늘리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08년 대비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 최소 30% 이상, 2050년까지 70%를 감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3년부터는 신조선이 아닌 운항 중인 선박에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적용된다. 현대삼호중공업의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소들은 이 같은 변화의 최대 수혜자였다. '빅3'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친환경선 발주의 70% 가량을 싹쓸이했다. 메탄올, LNG뿐 아니라 액화프로판가스(LPG)등 새로운 연료를 쓰는 고부가가치 선박 대부분이 한국 조선소에 맡겨졌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발주된 1561척의 선박 가운데 35%가 이중연료 추진선이었다. 주요 글로벌 선사들이 거의 모든 신규 발주를 이중연료 추진선으로 채우면서 이 비중이 2025년이면 50%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란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김영환 현대삼호중공업 상무는 "신기술이 접목된 고가의 선박은 일단 한국 조선소에 맡기는 것이 업계의 대세가 됐다"며 "한동안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거세지는 중국 ‘추격’…기술·생산 혁신으로 대응
하지만 한국 조선소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국이 높은 기술적 성숙도를 달성한 LNG 이중연료 추진엔진이 현재 친환경선 시장의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은 LNG조차도 화석연료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중국, 일본 등 조선소들은 CO2 배출이 전혀 없는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로 '일발역전'을 노리고 있다.여전히 이중연료 추진 관련 원천기술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아직 극초기 단계인 수소를 제외하면, 이미 상용화가 이뤄진 LNG, 메탄올, LPG부터 암모니아 추진까지 대부분의 대형 선박엔진 원천기술은 MAN, 바르질라 등 유럽 엔진 개발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 조선소 가운데 엔진을 자체 개발하는 곳은 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현대중공업 주도로 암모니아와 수소 연료 추진 시스템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추격자’의 위치란 것이 업계의 냉정한 분석이다.
친환경선 발주량이 늘면서 낮은 인건비 부담으로 비용 경쟁력이 있는 중국 조선소들이 고난이도의 대형 친환경선 건조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도 위협 요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 발주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며 “한국이 우위에 서 있는 LNG운반선이나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도 수주 소식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 조선소들은 기술 개발과 함께 수주 전략을 다변화하며 중국 조선소를 견제하고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은 낮은 선박 단가에도 전체 수주 물량의 20~30%를 이중연료 추진 탱커와 벌크선들로 채우고 있다. 비주력 선종이라도 수주 경쟁에 참여해 중국 조선소들의 수주 단가를 낮춰 독주를 막는 전략이다.
2010년대 중반 조선 침체기를 거치며 사라졌던 해외 생산 거점 재확보에도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은 베트남에 있는 계열사 현대베트남조선을 활용해 탱커, 벌크선 등 국내선 수익을 내기 힘든 비주력선종을 집중 생산해 중국 조선소를 견제하고 있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과 합작사를 설립해 사우디 현지에 연간 40척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도 짓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