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9일(현지 시간)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의 한 병원에서 임신부가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9일(현지 시간)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의 한 병원에서 임신부가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임신부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계속해서 적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반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임신부들 사이에서는 "커피 한 모금도 불안한 상황에 백신 접종은 너무나 큰 부담"이라는 취지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같은 임신부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 기준 1차 접종을 마친 임신부는 2087명, 2차 접종을 마친 임신부는 1175명이다. 1차 접종률은 약 1.5%, 2차 접종률은 0.84%에 그친다. 많은 임신부들이 태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임신부 및 영유아 자녀를 둔 엄마의 백신패스를 완화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A 씨는 "미접종자에 대한 강한 백신 접종 압박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임신부 및 영·유아 엄마들의 일상생활 제한이 날로 심해지고 있어 청원을 올리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임신부는 백신 접종을 하기엔 너무나 큰 부담이 있다"며 "임신부의 경우 태아에게 아주 사소한 해라도 끼칠까 싶어 커피 한 모금, 감기약 한 알마저 포기하게 된다. 운동도 너무 과하지 않게, 혹시나 나의 동선이 확진자와 겹칠까 싶어 스스로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신부 및 영유아의 부모는 내가 확진자가 돼 우리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까 봐 그 누구보다 조심하고 있다"며 "출산 장려에 힘쓰고 있는 정부에서는 이 글을 보신다면 부디 임신부 및 영유아의 부모를 위해 백신패스를 완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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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방역패스 예외를 인정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B 씨는 "임신부는 감기약도 조심해야 하고 임신 중에 백신을 맞았을 때 부작용은 없는지, 아기에게 10년, 20년 뒤에라도 이상이 있지 않을지 걱정되는 부모의 마음은 당연한 것"이라며 "억지로 강제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백신은 선택이지 강요돼선 안 된다"며 "접종자와 비접종자 모두가 똑같은 소중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특히 임신부와 태아는 우리 미래 시대의 주역이다. 부디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임신부 방역패스 예외를 인정해주길 간곡히 청원한다"고 했다.

임신·출산·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임신부 방역패스 관련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임신 24주 차인 네티즌 C 씨는 '임신부 방역패스 답답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1차 백신 맞고 임신 사실을 알게 돼 2차는 안 맞았다"며 "의사들은 맞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한다. 오롯이 산모의 결정인가.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토로했다.

네티즌 D 씨는 "전 당연히 임신부가 방역패스 예외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오늘 식당 입구에서 당당히 임신부라고 얘기했는데, 백신을 맞지 않으면 출입이 안 된다고 했다. 이 나라에서는 지금 콜라도 안 먹는 임신부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하는 건가. 출산할 때까지 밖에 안 나가련다"고 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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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서도 임신부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철회돼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9일 "만에 하나라도 태아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봐 감기약 한 알도 제대로 못 먹는 게 내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라며 "엄마만이 아니라 임신부 가정 전체가 10개월의 임신 기간 노심초사하는데, 방역 당국은 오히려 임신부의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고, 정부는 일률적인 방역패스 적용에 거의 예외를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신부를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제공하지 않을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 초저출산으로 인해 국가의 미래가 어둡다"며 "아이를 가지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 국민의 조그마한 걱정이라도 보듬고 이해하는 게 제대로 된 국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임신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배 의원은 "임신부의 대다수는 뱃속의 태아에 작은 문제라도 생길까 두려워 감기약 한 알도 조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방역당국의 백신패스 적용 방침은 수개월의 임신 기간을 노심초사 보내는 임신부 가정에는 충격일 수밖에 없는 조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역당국에서 만에 하나 있을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아들여 임신부에게 백신 패스를 통한 접종 강요는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 사진=연합뉴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 사진=연합뉴스
방역 당국은 임신부의 코로나19 감염 위중증률이 높다는 점을 들며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0일 "미국에서도 임신부 코로나19 환자는 비임신 여성에 비해 중환자실 입원은 3배, 인공호흡기 치료는 2.9배, 사망률은 1.7배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부 예방접종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주의 깊게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이스라엘 등의 연구 결과에서도 조산, 유산, 기형아 발생비율에 차이가 없어, 예방접종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임신부는 필수적인 예방접종 권고 대상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임신부에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 나라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