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한 노루 집어 던지고 토끼 귀 잡아 올리고…사극 동물학대 '논란'

'태종 이방원' 말 사망 논란 방송 장면. /KBS 캡처

사극을 비롯한 드라마에서 동물이 나오는 장면을 두고 '동물학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강제로 쓰러뜨려 진 말이 죽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21일 방송가에 따르면 태종 이방원에서 이성계의 낙마 장면 촬영에 동원됐던 말의 경우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쓰러뜨리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이 말은 촬영 일주일 후에 죽은 것으로 전해졌다.

드라마 촬영에서 동물이 죽은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2013년 방영된 KBS 대하사극 '대왕의 꿈'에 출연했던 최수종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땅이 얼어있는 겨울에 말을 타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쇄골뼈, 손뼈 등이 산산조각이 났던 경험을 소개한 바 있다. 당시 탔던 말은 죽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종영한 tvN 사극 '철인왕후'에서는 출연자가 토끼 귀를 잡아 들어 올린 장면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토끼에게 귀는 예민한 기관이기 때문에 해당 장면 촬영을 하면서 토끼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996~1998년 전파를 탔던 KBS 사극 '용의 눈물'에서는 출연자가 등에 들쳐메고 있던 노루를 집어 던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노루는 마취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가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태종 이방원' 드라마 동물학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극을 비롯한 드라마에서 동물이 나오는 경우 각 작품 제작진이 촬영방식을 결정한다. 촬영 중 동물에게 가해질 수 있는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도 하지만,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정은 없다.

동물 촬영을 위한 공식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물권 보호단체인 카라 전진경 대표는 "최근 미디어에 동물이 출연하는 빈도가 높아졌지만, (동물 촬영에 관한) 가이드라인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카라에서 관련 내용을 만들어 여러 촬영장에 배포하기도 했다"며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동물의 소품화가 시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