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된 아파트,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하면 새 집 될까요?[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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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벽식구조 남겨두고 진행하는 1기 신도시 리모델링
30년 후 또다른 재건축 대란 우려
장수명 주택으로 재건축 추진 고려해야
벽식구조 남겨두고 진행하는 1기 신도시 리모델링
30년 후 또다른 재건축 대란 우려
장수명 주택으로 재건축 추진 고려해야
최근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로 일반인들도 아파트 골조와 콘크리트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또 아파트의 구조와 안전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비업계에서는 연한이 다 되었는데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아파트 단지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일단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사용승인일부터 15년 이상이 되어야 하고 85㎡ 미만 평형은 40% 이내에서, 85㎡ 초과 평형은 30% 이내에서 증축이 가능합니다. 안전진단도 거쳐야 하는데, B등급 이상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하고 C등급 이하는 수평증축이 가능합니다.
수직증축은 15층 이상일 경우 3개층까지, 15층 미만은 2개층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가구 수는 15% 이내로 늘릴 수 있습니다. 30가구 이상 늘리면 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리겠죠.
1기 신도시 아파트에서 가장 먼저 리모델링 사업승인을 받은 분당 한솔마을5단지는 2009년 조합 설립부터 사업계획승인까지 14년이 걸렸습니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기다리는 편이 더 빠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가뜩이나 낮은 기존 아파트 층고가 더욱 줄어들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낡은 골조를 유지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30년 전에 만들어진 골조는 과연 지금보다 더 좋은 재료로 잘 만들었을까요? 30년이 된 골조가 얼마나 안전한지, 보강을 하면 얼마나 괜찮을지 알 수 없습니다. 각종 재해로 강도저하가 될 수 있고, 보강을 해도 완벽하진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리모델링을 통해 남기게 되는 벽식구조는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필요했던 1기 신도시때 짧은 공기와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 많이 짓기 위해 도입된 공법입니다. 배관이나 설비 교체가 쉽지 않고 층간소음 문제도 심합니다. 30년이 지나면 또 재건축 대란이 일어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건설기술을 보유한 한국에서 이런 벽식구조 아파트를 유지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대부분 80년에서 100년 이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파트를 건설합니다. 비결은 라멘식 구조(기둥과 보로 구성된 건축물)입니다. 라멘구조로 아파트를 건설하게 되면 각종 배관이나 설비의 교체가 쉽습니다. 콘크리트 성능에 따라 100년 이상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라멘구조를 채택한 장수명 아파트에 대한 실증연구를 마쳤습니다. 세종시에 장수명 아파트로 건설된 '세종 블루시티'는 2019년 입주를 마쳤습니다. 국토부에서는 장수명 주택이 내구성, 가변성, 수리용이성 검증을 마치고 성능등급 인증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1기 신도시를 포함한 대규모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하는 것보다 이런 방식으로 재건축을 하는 것이 향후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첨단 스마트홈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장수명 아파트의 공사비는 얼마나 더 들어갈까요? 국토부에 의하면 비장수명 주택대비 3~6% 정도 공사비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벽식구조 아파트가 40년마다 재건축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100년 동안 생애주기비용이 11~18% 절약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온실가스배출은 17% 줄고, 건설폐기물은 약 85%나 절감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선후보들 대부분이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하겠다고 합니다. 30년 지난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더 빨라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재건축 활성화로는 부족합니다. 100년 이상 안전하고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장수명 아파트를 보급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가령 재건축을 라멘구조로 하는 경우 20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모두 라멘구조를 채택할겁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외관 디자인을 하고, 2025년부터 상용화 예정인 '드론택시' 정류장을 옥상에 배치하는 등의 조건을 달아도 큰 반대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용적률 300% 제한인 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층고규제가 없기에 500%에 달하는 용적률을 활용해 고층건물을 짓고, 녹지는 지금보다 늘리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200만가구 건설을 앞두고 있는 우리 건설환경도 ESG에 맞춰 친환경 장수명 아파트를 보급해야 합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건설은 물론 제도까지 바꿔야 하는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정비업계에서는 연한이 다 되었는데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아파트 단지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일단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사용승인일부터 15년 이상이 되어야 하고 85㎡ 미만 평형은 40% 이내에서, 85㎡ 초과 평형은 30% 이내에서 증축이 가능합니다. 안전진단도 거쳐야 하는데, B등급 이상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하고 C등급 이하는 수평증축이 가능합니다.
수직증축은 15층 이상일 경우 3개층까지, 15층 미만은 2개층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가구 수는 15% 이내로 늘릴 수 있습니다. 30가구 이상 늘리면 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리겠죠.
1기 신도시 아파트에서 가장 먼저 리모델링 사업승인을 받은 분당 한솔마을5단지는 2009년 조합 설립부터 사업계획승인까지 14년이 걸렸습니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기다리는 편이 더 빠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가뜩이나 낮은 기존 아파트 층고가 더욱 줄어들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낡은 골조를 유지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30년 전에 만들어진 골조는 과연 지금보다 더 좋은 재료로 잘 만들었을까요? 30년이 된 골조가 얼마나 안전한지, 보강을 하면 얼마나 괜찮을지 알 수 없습니다. 각종 재해로 강도저하가 될 수 있고, 보강을 해도 완벽하진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리모델링을 통해 남기게 되는 벽식구조는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필요했던 1기 신도시때 짧은 공기와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 많이 짓기 위해 도입된 공법입니다. 배관이나 설비 교체가 쉽지 않고 층간소음 문제도 심합니다. 30년이 지나면 또 재건축 대란이 일어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건설기술을 보유한 한국에서 이런 벽식구조 아파트를 유지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대부분 80년에서 100년 이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파트를 건설합니다. 비결은 라멘식 구조(기둥과 보로 구성된 건축물)입니다. 라멘구조로 아파트를 건설하게 되면 각종 배관이나 설비의 교체가 쉽습니다. 콘크리트 성능에 따라 100년 이상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라멘구조를 채택한 장수명 아파트에 대한 실증연구를 마쳤습니다. 세종시에 장수명 아파트로 건설된 '세종 블루시티'는 2019년 입주를 마쳤습니다. 국토부에서는 장수명 주택이 내구성, 가변성, 수리용이성 검증을 마치고 성능등급 인증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1기 신도시를 포함한 대규모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하는 것보다 이런 방식으로 재건축을 하는 것이 향후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첨단 스마트홈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장수명 아파트의 공사비는 얼마나 더 들어갈까요? 국토부에 의하면 비장수명 주택대비 3~6% 정도 공사비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벽식구조 아파트가 40년마다 재건축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100년 동안 생애주기비용이 11~18% 절약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온실가스배출은 17% 줄고, 건설폐기물은 약 85%나 절감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선후보들 대부분이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하겠다고 합니다. 30년 지난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더 빨라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재건축 활성화로는 부족합니다. 100년 이상 안전하고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장수명 아파트를 보급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가령 재건축을 라멘구조로 하는 경우 20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모두 라멘구조를 채택할겁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외관 디자인을 하고, 2025년부터 상용화 예정인 '드론택시' 정류장을 옥상에 배치하는 등의 조건을 달아도 큰 반대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용적률 300% 제한인 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층고규제가 없기에 500%에 달하는 용적률을 활용해 고층건물을 짓고, 녹지는 지금보다 늘리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200만가구 건설을 앞두고 있는 우리 건설환경도 ESG에 맞춰 친환경 장수명 아파트를 보급해야 합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건설은 물론 제도까지 바꿔야 하는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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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