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초연 '러시'…공연 시장 '부활의 날개' 편다
올 상반기 창작 뮤지컬의 열전이 펼쳐진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무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창작 뮤지컬 초연작들이 잇달아 공개되는 것. 침체됐던 뮤지컬 시장에 쏘아올리는 부활의 신호탄이자 어려운 상황에서도 새로운 뮤지컬 작품이 지속적으로 창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청신호다.

‘헤드윅’ 만든 쇼노트 초연작 ‘더 테일…’

뮤지컬 애호가들의 관심이 특히 쏠리고 있는 것은 ‘헤드윅’ ‘그레이트 코멧’ 등을 만든 공연 제작사 쇼노트의 초연작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다. 3월 3일~5월 22일 서경대 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야기는 런던 사교계의 유명 인사이자 낭만주의 작가였던 조지 고든 바이런, 그의 전 주치의이자 작가 지망생인 존 윌리엄 폴리도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1819년 폴리도리는 어느 날 잡지를 보다 바이런의 신작 ‘뱀파이어 테일’ 발간 소식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폴리도리의 소설이었고, 자신도 모르게 작품이 바이런의 이름으로 출간된다는 사실에 폴리도리는 충격을 받는다. 이후 두 사람은 이 소설을 둘러싸고 치열한 저작권 논쟁을 펼친다. 쇼노트 관계자는 “두 인물의 폭발적인 감정이 시적인 넘버(삽입곡)와 피아노·기타·바이올린·첼로 등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생동감 넘치는 연주를 타고 울려퍼진다”고 귀띔했다.

폴리도리 역은 최석진, 현석준, 홍승안이 맡았다. 바이런은 주민진, 박적원, 손유동이 연기한다. 뮤지컬 ‘명동로망스’ ‘번지점프를 하다’ 등을 선보인 김민정이 연출을 맡았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각색한 ‘나르치스…’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도 무대에 오른다. 2월 8일~4월 17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2인극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다. 원작은 극단적으로 다른 두 인물이 내면의 갈등을 통해 자아를 찾는 과정을 담았다. 나르치스는 내면의 정신과 종교성을 중요시하고, 골드문트는 외형적이며 예술가적 기질을 갖고 있다.

뮤지컬은 이를 각색했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태어난 두 인물은 첫 번째 만남에선 각자의 운명의 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두 번째 만남에선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자아를 찾아간다. 나르치스 역엔 박유덕, 유승현, 임별이 캐스팅됐다. 골드문트 역은 강찬, 김지온, 안지환이 연기한다. 각색과 연출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무인도 탈출기’ 등을 만든 윤상원이 맡았다.

신기술 접목한 ‘이퀄’

지난달 31일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개막한 ‘이퀄’(사진)은 세기말의 혼란으로 요동치는 17세기 유럽이 배경이다. 뛰어난 의사이지만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니콜라, 그를 지극 정성으로 치료하는 친구 테오의 이야기다. 테오는 당대 의학으로는 병을 고칠 수 없는 니콜라에게 금지된 학문인 연금술을 사용하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의 운명은 뒤틀리게 된다. 니콜라 역은 정재환 홍주찬이 연기한다. 준케이, 백호, 김경록은 테오 역에 캐스팅됐다.연출은 심설인이 맡았다. 공연은 다음달 20일까지.

공연 온라인 플랫폼 ‘메타씨어터’에서도 중계되고 있는 이 작품엔 ‘볼류메트릭’이란 새로운 기술도 접목된다. 볼류메트릭은 수십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피사체를 360도로 촬영하고 4D 실사 비디오로 합성하는 기술이다. 이를 적용한 영상은 메타씨어터와 극장에서 2월 중 상영할 예정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