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눈 3 - 임선기 (1968~)
나는 잠들어 있었다
깨어난다
잠들어 있는 사람을
깨워주는 일은
아름다운 일
아름다운 일이 내린다.
이미 깊은
눈이 내린다

시집 《피아노로 가는 눈밭》(창비) 中

올해 첫눈이 쌓였고 그 눈으로 아이는 눈싸움을 하고 왔다는데요. 나는 잠들어 있었습니다. 오후 세 시까지, 해는 쨍 하고 떠서 그 눈을 모두 녹이고 말았습니다. 눈은 잠들어 있는 사람을 깨워주지 못했어요. 아름다운 일인데 나는 그 아름다운 일에 발자국을 놓지 못했지요. 그런데 이 시를 읽으면서 그날을 다시 사는 기분이 들어요. 눈이 내리면 깨어난다고 믿게 되어요. 아름다운 일이 일어난다고 믿게 되어요. 이미 깊은 눈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겨울 아침입니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