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건 의혹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시작된 검찰 수사는 4개월이 지나도록 ‘그분’ ‘윗선’엔 손도 못 댄 채 시간만 끌고 있는 답답한 실정이다. 이러다가 대선 정국에 파묻혀 실체적 진실 규명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시행사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비롯한 대장동 일당의 녹취록을 보면 한마디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김씨가 공범인 정영학 회계사에게 “성남은 우리 땅”이라며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오리역 인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옥과 하나로마트 부지 등의 개발을 준비 중이라고 한 것도 그렇다. 대체 어떤 ‘뒷배’가 있었길래 이런 말까지 하는 건지 궁금하다.

김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후임인 은수미 성남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자신의 사업에 차질이 생기자 “조금 힘써서 당선 무효형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했고, 실제 그렇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의장직을 줄 테니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한 적도 있고, 이 역시 김씨 말대로 진행됐다. 김씨 혼자 힘으로 그럴 수 있었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씨는 녹취록에서 ‘소스(정보원)’ 1번이 이 후보의 최측근 김용(민주당 선대위 조직부본부장)이라고까지 말했는데도, 수사는 곁가지에 머물고 있다.

대장동 부실 수사 사례는 헤아릴 수 없다. 정치·법조계 인사 6명에게 50억원을 준다는 녹취록도 나왔으나, 실체 규명에 진전이 없다.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1처장이 “초과이익(환수 조항)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고, 이 조항이 7시간 만에 삭제됐다는 법정 증언도 나왔다. 수천억원이 오간 사업이 ‘윗선’ 지시 없이 이렇게 의도대로 됐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3주 앞두고서야 ‘윗선 길목’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을 비공개로 소환조사했다. 검찰이 진실 규명이 아니라 진실을 덮으려고 애쓴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민간업자가 출자금 대비 1154배 배당금을 챙긴 희대의 사건 수사가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다면 특검밖에 없다. 대선 일정에 관계없이 끝까지 파야 할 적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