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차단할 가능성이 큰 데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원유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아가 가스관 잠그나…유럽 에너지 대란 '공포'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 고위 관리들은 러시아가 ‘천연가스 무기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 제재에 들어가면 러시아는 유럽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관을 잠글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3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영국 정부 안팎에서는 그동안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더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의 천연가스 수입 가격은 MMBtu(열량단위)당 38.03달러로 전달(27.62달러) 대비 37.6% 급등했다.

불안한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유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2월물은 배럴당 8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더타임스는 “러시아는 세계 거대 산유국 중 한 곳으로 공급을 틀어쥘 경우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상품전략책임자는 “러시아는 지금 에너지로 세계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발(發)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와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 급등세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통화정책의 부담 및 금리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