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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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드라이브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 전망마저 후퇴하고 있다. 그나마 하나 남은 증시의 긍정 요인의 힘이 약해지는 것이다.

보통 4분기는 해가 바뀌는 시기라 실제 실적이 전망치보다 낮게 나오기도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더 길게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돌발 악재도 터졌다.

24일 오후 12시35분 현재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43.93포인트(1.55%) 하락한 2790.36에 거래되고 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론자)로 변신한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로 인한 금리 상승 우려로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투매 현상이 이어진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미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지정학적 위험까지 고조시킨 영향이다.

떨어지는 증시, 낮아지는 눈높이

세계적으로 ‘위드(with) 코로나’가 확산되면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면서 향후 실적이 좋아질 경기민감 업종이 증시의 하방을 받쳐주기도 했지만, 지난주부터는 증시 하락세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249개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53조6167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달 전 수치보다 4.23% 줄어든 수준이다.

자동차·조선 섹터가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이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가장 큰 폭으로 후퇴했다. 1개월 전보다 15.14% 감소한 3조7679억원으로 집계됐다. 돌발 악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병목 현상이 예상보다 길게 지속된 탓이다.

조선섹터는 돌발 악재가 문제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의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한달 전보다 각각 171%와 183.42% 감소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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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이 기대됐던 자동차업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한달 전과 비교하면 현대차가 8.27%, 기아가 11.95% 각각 줄었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졌고, 원가부담도 가중된 탓이다.

현대차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1조7193억원을 제시한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예상 및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생산 차질로 인해 외형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한 게 수익성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주요 반도체 밸류 체인이 위치한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의 록다운 및 생산차질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생산 정상화 시에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며 “TSMC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이 반도체 가격을 올해 1분기 이후 인상함에 따라 새로운 계약 단가에 대한 1~2차 부품 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의 원가 조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의 수혜 업종인 운수창고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한달 전보다 10.78% 증가했다. 주요 항만에 선박이 적체된 상황을 노려 화물 운송으로 여객 수요 공백을 만회하려 했던 대한항공과 항만 적체로 인한 운임 상승 수혜를 본 HMM이 한달 전 컨센서스보다 각각 20.05%와 7.73% 많은 영업이익을 남길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운송 기업들이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겼다는 건 수출기업들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년 4분기 이어 올해 전망까지 하락세

문제는 올해도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132개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1조3438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2.13% 줄었다.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이던스(향후 전망)을 잘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는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의 경우 가계는 소비 여력이 줄었고, 기업은 선주문으로 수요를 당겨썼다”고 우려했다.

그는 “‘억택트(비대면) 수혜 기업’들에서 이런(실적 후퇴)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며 “언택트 수혜는 작아지는 반면, 커진 열매를 먹기 위해 신규 진입한 업체들과 경쟁은 더 치열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망은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시작된 미국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발표된 넷플릭스의 작년 4분기 신규 가입자는 828만명에 그쳤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추정치는 839만명을 밑도는 수준이다. 다만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전망치와 비슷한 1.33달러를 기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