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5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거래소의 4대 미션과 12개 역점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5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거래소의 4대 미션과 12개 역점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모자(母子)회사 쪼개기 상장과 관련해 “상장심사를 할 때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항목의 하나로 검토하겠다”고 25일 말했다.

손 이사장은 이날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법이나 규정 개정 없이도 수행할 수 있다. 조금 더 내용을 준비해 실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쪼개기 상장을 규제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신주인수권을 주는 방안과 공모주 우선배정 방안이 나왔지만, 각각 자본시장법·상법과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인수업무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이에 손 이사장은 거래소가 빠르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최근 성장성이 큰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상장하는 기업이 늘면서, 해당 사업 부문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소액주주들에게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상장 직후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지분을 매도하는 행태를 규제할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손 이사장은 밝혔다. 현재는 국회에서는 ▲주요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이후 일정 기간 동안 매도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 ▲회사의 주요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하기 전에 감사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사전에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손 이사장은 ‘사견’이라는 단서를 달아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제도가 시장 친화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훨씬 선진적”이라고 말했다.

쪼개기 상장이나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매도에 대한 규제는 증권시장의 공정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엄정 대응 ▲다양한 금융불안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역량 확충 등의 과제를 통해 ‘확고한 시장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손 이사장은 강조했다.

확고한 시장 신뢰 구축과 함께 ▲한국증시 레벨업 ▲ESG 이니셔티브 ▲거래소 체질개선 등이 손 이사장이 내세운 올해 한국거래소의 4대 미션이다.

‘한국증시 레벨업’을 위한 과제로 거래소는 IPO 시장 활성화 흐름을 지속시키고, 한국 증시가 합당한 평가를 받도록 지원하는 한편, 투자자의 거래 편의를 높이는 시장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작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열린 흐름을 올해도 이어가기 위해 K-유니콘기업의 증시 입성 촉진, 새로운 유망산업에 특화된 기술심사 역량 강화, 코넥스시장의 투자자 접근성 제고 및 이전상장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를 위해 거래소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추진에 대한 지원에 나선다. 손 이사장은 “(MSCI 선진지수 편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 외환거래 자유화”라며 “작년 연말 이후 기재부가 외환거래제도 선진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준비하고 있고, 원화거래 자율화를 위한 역외 NDF 장내 청산 문제 개선 방안을 거래소 청산결제본부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전면 재개와 관련해 손 이사장은 “선진지수 편입을 논의하는 마당에 다른 나라에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금지하지 않은 제도(공매도 금지)를 가져간다는 건 납득시키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전면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거래소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금융당국과 좀 더 소통해야 한다”며 “공감대가 형성돼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기에,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ESG 이니셔티브와 관련해 거래소는 정보 공개를 내실화를 통한 ESG 경영 확산, ESG 상품의 꾸준한 출시를 통한 책임투자 촉진, 탄소중립 그린경제의 핵심 시장 기능 강화 등의 과제를 도출했다. 손 이사장은 “ESG 등급과 재무성과를 연계하는 복합정보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내년 초부터는 일반투자자도 증권사를 통해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래소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미션은 대체거래소(ATS)와의 경쟁 환경이 다가오고 있는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손 이사장은 대체거래소 설립에 대해 “건전한 경쟁을 이룰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다면 ATS 출현은 자본시장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거래소와의 차별적 규제 적용은 곤란하다”며 “(한국거래소와) 동일한 기능을 허용한다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라는 일관된 입장을 정부 당국에 설명하고 납득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