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스마오 등 프로젝트 인수…경기급랭 속 부동산 시장 안정 주력
中 국유기업 '부동산 소방수'로 본격 투입…부실사업 속속 인수
중국의 국유기업들이 헝다(恒大·에버그란데)를 비롯한 대형 민간 부동산 업체들의 부실 프로젝트를 속속 인수하면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소방수'로 본격 투입되고 있다.

25일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중국 10위권 부동산 업체 스마오는 지난 21일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와이탄(外灘)에 있는 미개발 프로젝트를 상하이시 산하 국유기업에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했다.

스마오는 또 최근 광둥성 광저우시의 주상복합 단지인 '아시안게임촌' 사업 진행을 위해 설립된 합작법인 지분 26.67% 전체를 국유기업인 중국해외발전에 팔았다.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건실한 업체로 여겨지던 스마오는 신탁회사에서 빌린 1천억원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실질적 디폴트에 빠진 상태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상하이 본사 사옥을 비롯한 여러 자산을 적극적으로 처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10위권 부동산 업체 야쥐러(雅居樂·애자일)도 24일 공시에서 '아시안게임촌' 관련 합작법인 지분 26.66%를 중국해외발전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중국해외발전은 원래 '아시안게임촌'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합작법인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었다.

컨소시엄 일원인 스마오와 야쥐러의 유동성 위기로 합작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처하자 36억4천400만 위안(약 6천900억원)을 투입해 두 회사 보유 지분을 모두 인수한 것이다.

중국 부동산 산업 위기를 상징하는 헝다의 일부 사업장도 이미 여러 개 국유기업에 인수됐다.

최근 중앙 국유기업인 우쾅(五鑛)그룹 산하 우쾅신탁은 윈난성 쿤밍(昆明)과 광둥성 포산(佛山)의 헝다 계열사 한 곳씩을 인수했다.

이어 장쑤성 쉬저우(徐州), 산둥성 옌타이(煙台) 등지에서도 중국 국유기업들이 나서 헝다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이수한 사례들이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경기 급랭을 막기 위해 규제를 일부 완화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추구하는 가운데 국유기업들이 '소방수'로 본격 투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차입 규제로 인해 재정 파탄 위기에 처한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를 구제하기 위해 국유기업들이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자산 인수·합병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국유기업들이 시장에 쏟아지는 매물을 적극적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2020년 '3대 레드라인'이라는 엄격한 부채비율 규제를 도입했고 그 여파로 차입에 의존하던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자금난에 내몰리면서 연쇄 디폴트 사태로 이어졌다.

그간 국유기업들은 헝다 등이 내놓은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를 인수할 경우 자사의 부채비율이 높아져 향후 유동성 위기에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헐값에 나온 부동산 프로젝트를 사는 데 소극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최근 은행 등 금융기관에 부동산 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대출을 적극적으로 집행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제삼의 기업이 부동산 기업을 인수할 땐 '3대 레드라인'을 적용하지 않는 인센티브를 제시함으로써 부실 프로젝트 인수의 중요 장애물이 제거됐다.

중국 GDP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의 심각한 위축이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중국 경기 급랭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중국은 올해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발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2월부터 두 달 연속으로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두 차례 인하했는데 이는 사업성이 악화한 가운데 큰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이자 부담 완화와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 회복에 일정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