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포인트 플랫폼 기업 엔비티가 하한가 직전까지 추락했다. 임원들이 상장 1년 만에 자기 회사 주식을 대량 매각했다는 소식이 ‘고점 논란’을 키웠다. 지난해 카카오페이 임원들의 수백억원대 ‘먹튀’ 사태 이후 경영진의 주식 매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티는 25일 26.10% 하락한 1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만에 공모가(1만9000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52주 최저가(1만6200원)에도 바짝 다가섰다.

주가를 끌어내린 건 임원의 자사 주식 매각 소식이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곽근봉 엔비티 이사와 박광연 이사는 각각 보통주 59만1400주를 매도했다. 주당 처분 단가는 2만1613원으로 각각 127억8193만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들 임원의 지분율은 7.11%에서 0%로 감소했다.

엔비티는 국내 1위 포인트 네트워크인 ‘애디슨 오퍼월’을 운영하는 모바일 포인트 플랫폼 기업이다. 지난해 1월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번 임원들의 자사주 매각은 상장 후 1년 만에 일어났다. 시가총액 1562억원 기업에서 임원들이 하루 만에 256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영진이 주식을 내다 팔면 시장은 ‘지금이 고점’이라는 신호로 해석한다. 특히 엔비티와 같은 소형주는 적정가치에 대한 합의가 부족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임원들은 기업의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집단으로 인식된다”며 “미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면 굳이 주식을 팔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임원의 자사 주식 매각은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영진의 자사 주식 매각이 ‘고점 논란’을 키우며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경영진 8명이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878억원어치를 팔아치우자 주가는 한 달 만에 28.78% 하락했다. 이 밖에 데브시스터즈는 김종흔 대표가 지난해 11월 16일 13만3830원에 34만 주를 매도하고 한 달 만에 38.80% 급락했다.

일각에선 임원의 자사 주식 거래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원의 자사주 매매가 시장에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임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사 임원들이 자사 주식 거래 120일 전까지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