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1인당 5000만원으로 축소한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의 한도를 다시 늘리기로 했다. 직장인 신용대출의 대표 상품 격이던 하나원큐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의 최대 한도는 1억5000만원으로 오른다. 국내 대형 은행에선 소득과 신용이 좋아도 받을 수 없었던 ‘억대 마이너스통장’이 부활한 셈이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 한도 복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직장인 마통 한도' 다시 1.5억으로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 오후 6시부터 ‘하나원큐신용대출’ ‘급여통장플러스론’과 전문직 전용 신용대출 등 8개 주요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복원했다. 이들 상품은 지난해 8월 말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축소 권고에 따라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1인당 최대 5000만원으로 일괄 축소된 상태였다.

이번 조치에 따라 하나원큐신용대출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연소득 100% 범위 내)으로 늘어난다. 가령 이제까지는 연소득이 1억원인 사람도 마이너스통장을 최대 5000만원 한도로만 뚫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연소득의 100%인 1억원까지 받는 게 가능해진다. 연소득이 2억원이면 1억5000만원까지 가능하다.

하나은행이 한도 복원에 나선 것은 금리 상승과 규제 강화 등으로 올 들어 신용대출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한도를 낮출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지난해 6월 말 연 2.20~3.93% 수준이던 5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현재 연 3.44∼4.73%로 약 반년 새 1%포인트 넘게 올랐다.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는 통상 이보다 0.5%포인트 더 높다.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하는 대출 규제도 이달부터 총 대출금액 2억원 이상으로 크게 강화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부터 DSR 규제가 강화되고 신용대출 한도도 개인 연소득 범위 안에서만 취급하는 것이 제도화됨에 따라 신용대출 수요가 감소했다”며 “가계대출 관리를 1년 내내 체계화함으로써 대출 총량도 한층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복원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이달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종전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확대했다.

하나은행이 선제적으로 대출 한도를 정상화하면서 다른 시중은행들이 한도 재조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국민·신한·우리·농협 등 4대 은행은 모두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일제히 5000만원으로 제한한 상태다. A은행 관계자는 “가수요가 잦아들었다고 판단되면 한도를 유연하게 책정하는 게 맞다”고 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26일부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에 최대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3일 변동형 주담대 우대금리를 최대 0.3%포인트로 복원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이날 기준 연 4.07~5.27%였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77~5.27%로 낮아지게 된다. 우리은행도 이달 들어 신용대출과 주택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최대 0.60%포인트로 복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