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
김태윤
한때 세계 굴지의 기업이던 제너럴일레트릭(GE)이 항공·헬스케어·에너지 3개 회사로 분리되면서 사실상 공중분해됐다고 한다. GE 쇠락의 원인은 첫째, GE캐피털을 통해 조달한 부채를 다른 계열사 해외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문어발 확장을 지속했고, 특히 단기 부채에 크게 의존했다. 둘째, 2008년 금융위기로 GE캐피털이 직격탄을 맞았으나 근거 없는 낙관론을 주장하며 예전처럼 무리한 목표 설정, 부적절한 투자, 막대한 현금 낭비를 되풀이했다. 셋째, 빠른 판단과 실행, 그리고 분야별 전문성이 필요한 현대 경제에서 한 사람이나 한 조직이 전체 회사를 지배하는 대기업 모델을 고집했다. 넷째, 연구개발(R&D) 비용도 턱없이 부족해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4%대에 머물렀다. 지출은 비겁했고, 통제는 일방적이었고, 투자는 어리석었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은 600조원을 넘는다.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정부가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정부는 규제로 나라의 경제사회를 통제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총사업비가 약 1조5000억원인데 배당금 등 순이익이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순이익은 개발과 관련된 각종 규제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총사업비와 비슷하다. 우연의 일치인가? 필자 나름대로 거칠게 짚어본다면 한국 정부 규제의 가치, 다른 말로 정부의 각종 통제로 인한 경제사회적 희생은 최소한 GDP의 30% 정도라고 본다. 결국 나라 전체 자원의 60% 이상을 정부가 지출하고 통제하고 투자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지출과 통제와 투자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

무엇보다 우리 정부는 GE처럼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다. 먼저, 부채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2021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현재로서 68조원에 이르고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가총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선다.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에 취약한 우리 경제에는 큰 부담이다. 둘째, 투자의 비효율성과 부실이 심각하다. 정부 입장인 예비타당성조사에 따르더라도, 대부분 정부 투자의 수익률이 -70%다. 그나마 예타도 툭하면 면제한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다. 셋째, 정부 부처와 각종 공기관의 대부분 사업이 나라 차원에서 어떤 조화와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많은 R&D 프로젝트가 전례를 답습하고 형식적으로 흘러 미미한 결과를 내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제도와 행정적 준비가 미비해서 쓰지 못하는 연구 결과도 허다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나 강고한 관료제와 교묘할 대로 교묘해진 정치공학 때문에 점진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부문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본다. 투명하게만 되면 활달하고 유능한 국민이 지능과 지혜를 끊임없이 도출해낼 것이다. 우선 정치를 정직하게 할 수밖에 없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발언과 투표 등의 정치적 행위를 디지털화해 국민과 지역주민이 선출직에 대한 명료한 정보 분석과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정책결정 과정의 전문성을 훨씬 높여야 한다. 정책결정의 초기 단계부터 사후평가의 모든 과정에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정책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결정에 필요한 배경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조사하고 정리해 손쉽게 접근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다양한 관점과 입장 및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이다.

이런 디지털 전환이 가능하려면 대용량의 데이터 저장과 엄청난 컴퓨팅파워, 그리고 다양다기한 서비스 플랫폼이 소요된다. 시스템의 보안과 복원력의 확보도 큰 문제다. 정부가 발주하고 설계하고 구축하고 시험하고 도입 및 정착하는 데 긴 세월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유일한 방법은 고도화된 클라우드 기술인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에 접속해 인프라와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굴지의 회사들과 공동 개발하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사용하면 된다. 많은 선진국의 다양한 부처와 한국 민간기업들이 이미 구독료를 내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정부 데이터베이스(DB)의 폭넓은 활용, 고도의 과학기술 기법 도입, 유연하고 탄력적인 의사결정, 다양한 조치의 실험적 구현, 통합적인 위기관리 등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