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허가로 사용한 제초제가 흘러들었을 가능성 배제 못해
검찰, '북가좌동 가로수 고사' 건물관리인 무혐의 쳐분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에서 가로수에 제초제를 주입해 말라 죽게 했다는 의혹을 받은 건물 관리인이 혐의를 벗게 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김승언 부장검사)는 도시숲법 위반·재물손괴 혐의를 받은 건물 관리인 A씨를 지난달 말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지난해 6월께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건물 앞 가로수인 버즘나무 3그루에 제초제 '근사미'를 주입해 고사하도록 한 혐의를 받아 왔다.

이 건물은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설 예정으로 지난해 초부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A씨는 6월 말께 공사 차량 출입을 위해 구청의 승인을 받아 건물 앞의 가로수 5그루 중 2그루에 제초제를 사용해 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 측은 누군가 나머지 3그루를 당국의 승인 없이 고사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7월 14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해 조사한 뒤 그해 9월 27일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A씨의 혐의가 명확하지 않다며 9월 28일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10월 18일 A씨를 재차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A씨와 제초제 생산 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의견 조회를 하는 한편 A씨가 구청 승인을 받아 제초제를 사용한 2그루와 다른 3그루에서 각각 검출된 약물의 농도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허가를 받고 제거된 가로수 2그루에서는 ㎏당 각 67.36㎎·184.89㎎의 높은 농도가 검출됐으나, 나머지 3그루에서는 2.5∼7.21㎎/㎏의 낮은 농도만 나왔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제초제가 하수관이나 토양 등을 통해 주변 나무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고, 누군가 직접 제초제를 주입했다고 볼 증거가 없었다"며 A씨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실수로 가로수를 죽게 한 혐의(과실범)는 처벌하지 않는다.

A씨는 다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달 초 가로수 3그루 값으로 780만원을 구청에 배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 관계자는 "검찰에서 사건 처리 결과를 받으면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다음 달께 같은 크기와 종류의 나무 3그루를 스타벅스 매장 앞에 심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