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불법성 알았다고 볼 자료 없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장모가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이미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이들과 '공범'이라고 볼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장모 최은순 씨가 요양병원 설립 과정에서 낸 것보다도 적은 돈만을 회수한 점에 비춰볼 때 수익을 배분받은 공범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낸 돈보다 적게 회수"…1심 '尹장모 공범' 판단 뒤집은 2심
◇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불법 요양병원' 사건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박재영 김상철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1심의 판단을 모두 뒤집었다.

최씨가 처음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은 201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모 씨 부부는 경기 파주의 한 건물을 매수해 의료법인을 설립한 뒤 그 법인의 명의로 요양병원을 개설해 운영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인수 자금이 부족해 구모 씨와 최씨를 사업에 끌어들이기로 했다.

이후 최씨는 병원 건물을 매수하고 전체 계약금 5억원 중 2억 원을 건물주에게 지급한다.

나머지 3억 원은 구씨가 부담했다.

이어 구씨와 최씨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딴 의료재단이 설립됐고, 구씨와 최씨는 의료재단의 초대 공동이사장을 맡았다.

그러나 최씨는 2014년 5월 주씨에게 '최씨가 의료재단과 병원 운영에 관여한 바 없다'는 내용의 각서, 즉 책임면제각서를 요구해 받아냈다.

같은 해 7월에는 최씨의 이사장 사임 등기가 이뤄졌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인 2014년 10월 경찰은 주씨 등이 운영하는 병원이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된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사 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주씨 부부와 구씨 등 3명은 모두 재판에 넘겨져 2017년 모두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으나 책임면제각서를 받았던 최씨는 입건되지 않았다.

"낸 돈보다 적게 회수"…1심 '尹장모 공범' 판단 뒤집은 2심
◇ 1심 뒤집은 법원 "최씨, 지급한 것보다 적은 돈 받아"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2020년 11월에야 최씨는 형사재판에 넘겨졌고,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의료재단이 사실상 주씨의 개인 기업에 불과한 점을 최씨가 알고도 가담했는지로 좁혀졌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한의사·치과의사·조산사·국가·지방자치단체·의료법인·비영리법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주씨가 설립한 의료재단은 비영리법인의 외관을 내세워 요양병원을 설립해 운영했으나 사실상 주씨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이 운영되고 병원 운영 수익을 공범들끼리 배분했다.

요양병원 운영이 불법적이었다는 데는 이미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이를 최씨가 알고 사업에 가담했는지, 아니면 단지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았을 뿐인지가 유무죄를 갈랐다.

1심 재판부는 ▲ 최씨가 건물을 매입해 의료재단을 설립하도록 도운 점 ▲ 최씨가 의료재단 설립 허가에 필요한 이력서·임원취임 승낙서 등을 주씨에게 건넨 점 ▲ 최씨의 사위가 4개월 동안 요양병원 행정원장으로 근무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최씨도 운영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1심의 판단을 조목조목 뒤집었다.

재판부는 먼저 최씨가 건물을 매입한 것에 대해 "장차 설립될 의료재단이 형식적으로 설립·운영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도 매수인이 됐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력서나 임원취임 승낙서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설립될 의료재단이 주씨의 개인 기업에 불과하다는 점을 피고인이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최씨 사위에 대해 "주씨 부부가 병원 행정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해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며 "사위가 일부 직원 선발 면접에 참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병원을 운영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이 의료재단과 관련해 지급한 돈이 4억2천800만 원인 데 반해 재단으로부터 받은 돈은 4억920만 원에 불과하다"며 "의료재단에 지급한 돈을 돌려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의료재단이 형식적으로 설립·존속되고 있었다는 사정을 알고 수익을 분배받은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