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물가 비상'…단돈 10엔 국민과자 43년 만에 가격 인상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단돈 10엔(약 105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맛으로 40년 이상 일본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우마이봉(うまい棒)'이 1977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가격을 인상한다. '잃어버린 30년'의 장기침체를 겪으면서 디플레이션에 신음하던 일본도 물가비상이 걸렸다.

제과업체 야오킨은 오는 4월부터 우마이봉의 가격을 10엔에서 12엔으로 20% 인상한다고 26일 밝혔다. 야오킨이 우마이봉의 가격을 올리는 것은 1977년 출시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지 용량을 줄인 적은 있지만 가격 만큼은 40년 넘게 10엔을 유지했다. 회사 측은 "주원료인 미국산 옥수수와 식물성 유지 가격이 오른데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운송비 부담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값 급등에 '백기'

우마이봉은 '맛있는 막대기'라는 뜻이다. 10엔짜리 동전 한닢으로 살 수 있는 부담없는 가격과 치즈맛, 명태맛 등 15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맛으로 인기가 높다. 슈퍼와 편의점 등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고, 식당에서 어린이 고객에게 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한다.

식품업체 가고메도 4월부터 케찹과 소스 등 125가지 자사제품의 가격을 3~9%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주력상품인 케찹 가격을 올리는 것은 7년 만이다. 주원료인 수입 토마토 가격과 운송 비용 상승이 인상요인이다.

일본 마요네즈 시장 1위인 큐피도 3월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작년 12월 식용유 원료인 국제 유채 가격이 1년전 같은 기간보다 61% 상승한 여파다. 작년 4분기 국제 철광석 가격이 78% 오르면서 일본의 12월 철강가격은 26% 상승했다. 철강을 사용하는 자동차 등 최종 생산품의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오제지는 3월22일부터 화장지 가격을 사상 최대폭인 15% 올리기로 했다. 파나소닉은 조명기구 가격, 릭실은 화장실 등 주택설비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 11월 기업의 원재료 조달 가격을 나타내는 기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9.2% 상승했다. 오일쇼크의 영향이 남아있던 1980년 12월(10.4%) 이후 41년만에 가장 큰 폭이다. 12월도 8.5% 올랐다. 수입품목의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수입물가지수는 11~12월 두 달 연속 40% 이상 급등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81년 이후 최대폭이다.

◆'물가야 올라라'던 日정부 급회전

30년 가까이 '0%' 수준에서 요지부동이던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꿈틀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견디다 못해 원재료값 상승분의 일부를 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한 탓이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가격 제외)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0.5% 올랐다. 11월의 0%에서 수직상승했다. 정부의 휴대전화 요금 인하정책이 물가를 1.5%포인트 끌어내린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휴대전화 요금 인하 효과가 사라지는 4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일본 정부 목표치인 2%에 도달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지난 30년간 온갖 재정·통화정책을 쓰고도 달성하지 못한 수치다.

디플레이션 탈출에 사활을 걸었던 일본 정부가 거꾸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전날 일본 정부는 내일(27일)부터 정유사에 가격인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24일 일본 전역의 평균 휘발유값이 리터당 170.2엔으로 170엔을 넘어선데 따른 조치다. 일본 정부는 평균 휘발유값이 170엔을 넘어서면 정유사에 최대 5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하는 도매가격을 낮춤으로써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책이다. 휘발유 경유 등유 중유 등 4가지 연료가 보조금 지급 대상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투입해 시장의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