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충남 천안 신진화스너공업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현장 간담회에서 주보원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지난 24일 충남 천안 신진화스너공업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현장 간담회에서 주보원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사업주가 의무를 지키고 고의·중과실이 없을 경우 면책하는 규정이 반드시 마련돼야 합니다.”

지난 24일 충남 천안 신진화스너공업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이렇게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간담회는 오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혼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업종별 중소기업인 12명이 참석해 중대재해법 관련 준비 현황과 개선 사항을 발표했다.

이호석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공동위원장(한국탱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답답해하며 언제든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중소기업이 중대재해법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로는 의무사항 이해의 어려움, 전문인력 부족, 안전보건시설 확충 비용 마련 어려움 등을 꼽았다. 그는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부족한 데다 코로나로 인해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제도를 적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중 53.7%는 법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50~99인 기업의 경우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60.7%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작년 12월 중소 제조기업 32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면책 규정 신설’을 최우선 필요 조치로 꼽았다. 주보원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공동위원장(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장의 과도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법 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업주 처벌 수준을 완화하고, 의무사항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중소기업 산업현장의 인력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존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43.1세로 500인 이상 대기업(39.5세)보다 3.6세 높았다. 20년 전인 1999년 대·중소기업 간 근로자 평균연령 차이(1.6세)보다 2.0세 늘었다. 청년 인력 부족으로 근로자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재해 발생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창웅 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20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중 50대 이상이 70%를 넘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현장 고령화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아무리 엄격히 시행해도 사고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의 재해 예방을 위해 정부와 국회, 근로자들이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천안=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