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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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가 큰 폭으로 추락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는 '매도' 의견을 내기는 커녕 기존의 높은 목표주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일 기준 목표주가 괴리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HDC현대산업개발로 집계됐다. 괴리율이란 증권사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들의 평균과 현재 주가와의 차이를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평균 목표주가는 3만6269원으로 전일 종가인 1만4750원보다 145.8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괴리율이 높다는 것은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는 의미로 읽힌다. 괴리율이 크게 벌어질수록 상승여력이 충분한 종목인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사건 발생 당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동안 44% 넘게 급락했다. 여기에 재시공 비용 등 재무 부담의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양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향 압력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종목이 저평가주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증권사들의 목표주가가 붕괴 사태 직전에 멈춰있기 때문이다.

최근 1년 동안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발간한 리포트는 75개다. 다달이 리포트를 내온 연구원들이었지만, 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일어난 뒤 조용해졌다. 최근 나온 리포트는 사고 이튿날 오전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자료 1개뿐이다. 이마저도 작년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추정치)에 부합한다며 목표주가를 5.3% 올렸다.

앞서 작년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20일이 지나서야 첫 리포트가 나왔다.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악재는 파급력을 예상하기 어려워서 리포트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호재에는 줄줄이 매수 리포트를 내고 악재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등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내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갉아먹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이 직접적으로 수익에 기여하진 않지만, 건설회사에서 투자은행(IB) 등으로 수익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며 "'매도' 리포트 하나로 연구원의 명줄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이런 대형 이슈에도 모두 '눈치보기' 작전에 들어선 것은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