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란 가슴 속에 가득한 감정을 누군가 좋은 사람에게 고백하고 호소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해. 그건 노래 또한 그럴 거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러브 메이즈(Love Maze)’를 읽고 나태주 시인이 쓴 글이다. 나 시인이 BTS 노래 산문집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열림원)를 펴냈다. 35편의 BTS 노래 가사에 나 시인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덧붙였다. 나 시인은 “그들의 노래 역시 휘황찬란 빛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정작 가사 내용은 오늘날 ‘미생’이니 ‘취준생’이니 해서 고통스러워하는 보통 젊은이들의 심정과 형편, 꿈을 그대로 담고 있어 놀랐다”고 했다.

책 제목은 BTS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나 시인이 “제목부터가 가슴에 훅 들어왔다”고 평한 노래다. 노랫말 중에서 ‘널 알게 된 이후 ya 내 삶은 온통 너 ya/사소한 게 사소하지 않게 만들어버린 너라는 별/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특별하지/너의 관심사 걸음걸이 말투와 사소한 작은 습관들까지’라는 대목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는 같은 제목의 시로 변주돼 책 앞부분에 서시로 들어갔다. ‘생각해봐, 조금만/마음을 조아려 생각해봐/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오래되고 낡은 것이고/초라한 것이고 작은 것들이야/왜 그걸 몰라/왜 그런 것을 눈감아.’ (나태주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중)

노래 ‘이사’에 대해선 “어차피 불가능한 것, 버릴 것이 있다면 과감히 버리면서 살겠다는 젊은이의 현명함과 유쾌함이 담겨 있어 좋다”고 시인은 평했다. ‘아우트로: 윙스(Outro: Wings)’는 자신의 시 ‘그리움’과 비슷하다고 했다. 드라마 ‘남자친구’에도 등장했던 시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바로 너다’라는 대목으로 유명하다. 시인은 BTS의 가사는 “노랫말 이전에 시”라며 “의외로 재밌고 정서적 깊이가 있고 생각할 게 많다”고 평가했다.

책을 읽으면 1945년생인 시인의 젊은 감각에 놀라게 된다. 책은 정중모 열림원 대표가 ‘작은 것들의 시’의 노랫말이 너무 좋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열림원 관계자는 “어떤 시인과 협업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지난해 여름 나 시인에게 제안했다”며 “나 시인의 시와 BTS의 노랫말이 갖는 감성이 비슷해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