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연초부터 500만원 더 달라는 현대차 노조
지난 24일 광주광역시청 중회의실. ‘상생형 지역일자리’ 1호 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회의가 열렸다. 광주 노사민정협의회는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2.5% 인상안을 제시했다.

앞서 GGM에 경형 SUV ‘캐스퍼’ 생산을 맡긴 현대자동차와 광주시가 2019년 작성한 투자협약서는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인상안을 제시하면 GGM이 원칙적으로 따르도록 했다. 이에 따라 GGM의 첫 임금 인상률은 2.5%가 될 전망이다. GGM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28세, 평균 연봉은 3500만원이다.

같은 시각 기아 소하리공장.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성과가 뛰어난 일부 연구·사무직 책임매니저에게 1인당 5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을 두고 노사협의가 열렸다. 홍진성 기아 노조위원장은 “일부에게만 성과급을 준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모든 조합원에게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차 노조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원은 지난해 이미 역대급 연봉을 받았다. 두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월 7만5000원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격려금 2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10만원 등을 얻어냈다. 총액 기준 1800만원가량으로, 전년 대비 10% 안팎의 인상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0대 생산직 상당수가 연봉 1억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직원들이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을 필요는 있다. 그러나 더 성과가 뛰어난 직원에게 추가 보상한 것을 두고 “나도 똑같이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노조가 추가 보상을 요구하려면 먼저 개인별 생산성부터 평가받는 것이 맞다. 현대차는 미래차 전환을 위해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도입, 생산성과 불량률 관련 데이터 축적을 구상하고 있지만 개개인의 역량 차이가 드러날 것을 우려하는 노조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 GM을 9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꺾고, 세계 1위를 지킨 일본 도요타는 노조 행보부터 정반대다. 도요타 노조는 지난해 연공서열식 호봉제 대신 개인별 성과로만 임금 인상폭을 결정하는 새 임금제를 받아들였다.

도요타 노조는 올해부터 모든 조합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직급·직종별로 나눠 요구하기로 했다. ‘주임’ ‘관리자’ 등 직급과 ‘사무직’ ‘기능직’ 등 직종별로 각각에 맞는 인상률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연구직이든 생산직이든, 매니저든 책임매니저든 상관없이 똑같이 더 달라는 현대차 노조가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