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 증시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다시 추진키로 했다. 2008년 이후 네 번째 도전이다. 내년 6월 지수 편입을 목표로 외환시장 개방과 공매도 전면 허용 등의 필요 조치를 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은 경제규모(세계 10위), 시가총액(9위), 주식 거래대금(4위) 등 외형으로는 이미 미국 일본 등 23개국이 포함된 선진국 그룹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18조~61조원 규모의 글로벌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이 유입돼 단번에 ‘코스피 4000’ 시대를 열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지수 편입 추진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추진 시점이 꼭 지금이어야 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지수 편입의 핵심 조건은 외환시장 완전 개방과 공매도 전면 허용 등이다. 그러나 올해 세계경제는 미국발(發) 긴축 쇼크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에다 글로벌 공급망 위축,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 등 악재가 얽히고설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국도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뛰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충격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 확충이나 한·미 통화스와프 연장 등 충분한 대비없이 외환시장을 덜컥 개방했을 때 파장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런 정책을 들고나온 시기도 미묘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여당 대선후보가 MSCI 선진국지수 편입 필요성을 거론하자마자 기재부 간부들에게 “연내 추진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가뜩이나 관권 선거 논란이 뜨거운데 그로부터 두 달 만에 방안이 나왔다. 여당 후보가 추경을 하자면 정부는 추경안을 짜고, 지역화폐 예산을 늘리자면 늘려주고, 쌀 매입과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를 언급하면 그대로 정책으로 받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 선거관련 부처 수장까지 모두 여당 의원이다 보니 정부가 여당의 ‘제2 선거대책위원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언젠가는 성공시켜야 할 과제다. 그렇더라도 임기 막판에 ‘번갯불에 콩 볶듯’ 추진할 일은 결코 아니다. 다음 정부에서 적절한 시기를 고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비책을 마련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