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세계 최고령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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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세계 최고령 MC](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A.28710164.1.jpg)
피란 중에도 그의 ‘끼’는 죽지 않았다. 통신병으로 입대한 그는 3군 노래자랑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딴따라’의 길로 들어섰다. 제대 뒤 전국을 돌며 유랑극단 생활을 했다. 악극단에선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었다. 관객을 웃기는 바람잡이도 해야 했다. 이때의 밑바닥 경험이 연예 인생의 밑거름이 됐다.
이후 35년째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다. 단일 프로그램 최장기간이다. 올해 95세인 그가 현역 최고령 연예인이자 MC로 기네스 기록 등재를 앞두고 있다. 영국 기네스협회 심사를 통과하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최고령 MC’로 공식 인증을 받게 된다. 혈혈단신으로 월남한 지 71년 만이다.
그의 성공 비결은 남다른 프로정신과 현장제일주의, 체력관리다. 그는 프로그램에 앞서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한다. 녹화 전날에는 해당 지역에 도착해 사투리와 특산품까지 샅샅이 조사한다. 나보다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주려면 남보다 더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MC 부문 외에 최고령 배우 기록 보유자는 2016년 작고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젤딘이다. 그는 101세 생일까지 공연했다.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건너온 송해의 ‘세계 최고령 MC’ 기록이 101세 이상까지 이어지길 기원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