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근로자 10% 코로나 확진
물건 운반할 트럭 기사도 부족
수출기업 주요 항로 꽉 막혀
선박들이 미국 서부 롱비치항에 입항하기 위해 바다에서 대기해야 하는 기간은 60~70일에 이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기상 문제 등 천재지변이 발생해도 최대 사흘이면 입항할 수 있었다. 이달 초 LA항과 롱비치항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수가 105척에 달했을 정도다. 지난해 1월 대기 선박 수는 32척 정도였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말 핼러윈데이에 맞춰 발주한 유령, 호박, 뱀파이어 장난감 등이 이달 초에야 컨테이너선에서 하역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LA항과 롱비치항이 있는 미주 서부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주요 항로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전체 물동량의 3분의 1가량을 소화한다. 오미크론이 작년 말부터 본격 확산된 데다 트럭 운전 인력 부족 현상 등이 겹치면서 주요 항구의 물류 기능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에서 내려야 할 물건은 넘쳐나는데 두 항구 근로자의 10%에 달하는 800여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3~4일 남짓 걸리던 하역시간도 최근 7~10일까지 늘어났다. 트럭 운전 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당시 미국 정부가 지원금을 뿌리자 많은 사람이 근로조건이 나쁜 트럭 운전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았다”고 전했다. 미국 항만 하역작업 지체는 선박 회전율 급감→선박 부족→운임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국내 수출기업은 배를 구할 방법이 없어 비싼 돈을 주고 항공기로 화물을 실어나르는 실정이다.
해운업계는 향후 최소 1년 이상 해운물류 대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오는 7월에는 미국 서부항만노조(ILWU)와 항만운영사 단체(PMA) 간 계약 만료에 따른 노사 협상도 예정돼 있다. 양측 간 합의가 결렬돼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은행 등은 “물류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