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과 오미크론발(發) 인플레이션 태풍이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이 걷히지 않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생산과 물류 차질로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이 치솟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로 인한 비용 증가와 수출 차질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시행한 반도체 공급망 정보요청(RFI)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일부 반도체 분야의 비정상적인 고가 현상에 관해 조사하겠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상무부는 “반도체 수요와 공급에 상당하고 지속적인 불일치가 있다”며 “특정 반도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주장을 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의료기기·차량용 반도체와 이미지센서, 무선주파수에 들어가는 아날로그 칩 등이 상무부가 주시하는 품목이다. 상무부는 “반도체 부족이 6개월 동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반도체 공급난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는 중대한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반도체 가격이 치솟으면 전 산업적인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간판매상의 가격 부풀리기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평소 가격의 100배를 부른 경우도 있다”며 “정품이 아닌 칩까지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항만 물류에 걸린 병목현상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항만 일손이 급감한 영향이다. 물류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자 컨테이너 운임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1일 기준 5053.12로 작년 1월 3일과 비교해 네 배가량 뛰었다.

급증한 물류비용은 고스란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초 스타벅스와 이케아는 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전자기기와 식품 등의 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물가가 선진국에서 3.9%,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 5.9%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수빈/강경민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