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리스크 커져 더 적립해야"
충분히 적립했는데…은행 '곤혹'
작년 3분기 충당금적립률 161%
더 쌓으면 배당 줄어…주주 반발
일부銀 마지못해 적립액 확대
소상공인 115조 대출 만기연장
3월에 종료하면 '폭탄' 될 수도
은행들은 코로나19가 촉발한 2020년 이후 충당금 적립액을 크게 늘렸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충당금 적립잔액은 2019년 말 4조8078억원에서 지난 3분기 말 5조713억원 규모로 불었다. 하지만 이 기간 손실 위험이 높은 ‘고정이하’ 여신(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은 4조1555억원에서 3조1461억원으로 감소했다.
은행들이 고심하는 건 이 대목이다. 이 기간 쌓은 충당금은 충분(대손충당적립률 115%→161%)하다고 여겨지는 반면 연체율(4대 은행 단순평균 0.26%→0.17%)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은행의 재무담당 임원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은행들은 30억원 이상 대출에 대해 일일이 자산 평가를 통해 충당금을 쌓고 있다”며 “충당금을 더 늘리려면 정상 여신을 고정이하로 분류해야 하고 대출을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몇몇 은행은 금감원에 ‘코로나19 대비’ 명목으로 쌓았던 특별 충당금을 10%가량 늘리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충당금 확충을 주문하는 이유는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115조원) 및 원금·이자 상환 유예(12조1000억원) 조치를 3월 말로 원칙적으로 종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떨어진 건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한 착시 효과일 뿐 향후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자영업자 대출 대부분이 만기 원리금 상환 방식이지만 은행들은 실제 상환 능력을 감안해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며 “한 대형 은행은 이런 충당금을 2000억원가량 쌓았는데, 면밀히 대출을 평가했다면 두 배 이상의 충당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만기 연장 조치가 만료되더라도 은행의 코로나 대출 대부분이 보증서 및 담보부로 제공돼 건전성에는 직접적 연관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지적대로 주요 은행들은 시장이 충분히 위험하다고 보고 충당금을 대폭 쌓아왔으며, 결코 대비가 부족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은행보다 다중 채무자가 많은 2금융 대출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이날 19개 신용카드사 및 캐피털사의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충당금 적립액을 늘리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박진우/빈난새/이인혁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