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누구편…서방-러시아 갈등 속 동맹들 의구심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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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경고 되풀이…우크라 무기공급·러 제재 등 반대
러·독 오랜 '애증관계' 주목… 나토에선 적전분열 우려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 국가와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독일의 애매한 태도가 동맹국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이 신문은 16년 동안 집권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고 새 총리가 들어선 뒤 독일이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를 꺼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등 서방국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러시아가 이처럼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독일을 이용해 서방 진영을 분열시킴으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힘을 합쳐 대항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이어 독일이 러시아에 잇단 경고를 보내고는 있지만, 동맹국들은 독일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 실제로 어떤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베를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이 나라의 주권을 침해한다면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에스토니아가 자국에 배치된 독일산 무기인 122mm D30 곡사포 6문을 우크라이나에 보내자고 요청하자 이를 거부했다.
또 숄츠 총리나 사회민주당 고위 간부들, 이 당 소속 고위 당국자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에서 자국으로 오는 '노르트 스트림 2' 해저 가스관을 차단할 것인지에 대해 그동안 애매한 태도를 취해 왔다.
이들은 이 가스관은 민자 사업 시설로 우크라이나 문제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후계자로 지명된 보수당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의원도 독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유로 국제 금융거래망인 신속 결제 네트워크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독일의 이러한 태도에 우크라이나와 이웃 나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일부 나라들은 독일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독일이 러시아의 침공을 대놓고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우리나스 카시우나스 리투아니아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의장은 "독일은 중대한 전략적 실수를 저질러 자국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국방부 장관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대신 이동병원을 보내는 것으로 전쟁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지난주에는 카이-아킴 쇤바흐 독일 해군 참모총장이 "푸틴 대통령도 존경받을 만하다"며,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도 우크라이나로 반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동맹 내부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쇤바흐 중장은 즉각 사임했지만,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안드리 멜니크 독일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런 무의식적 언동은 과거 독일 나치 치하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인간 이하 취급을 받던 때를 상기시킨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 대표를 지낸 마티아스 플랏체크 러시아-독일 포럼 의장도 얼마 전 "왜 우리가 러시아를 미국과 달리 봐야 하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독일과 러시아는 수천 년 동안 관계를 맺어왔다"며 "옛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차르 캐서린 대제가 바로 독일인이었고,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귀속시킨 것도 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러시아를 두 차례나 침공했고, 두 번째 침공 때는 대량 학살전이 수반돼 러시아인 1천 500만 명을 포함한 2천700만 명의 소련인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독일에 대해 마지못해 신뢰를 표시하면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특사로 보내 숄츠 총리가 더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번스 국장은 숄츠 총리에게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최신 정보를 제공했고, 블링컨 장관은 지난 23일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러 스위스 제네바로 가기 전에 베를린에 들러, 독일이 러시아에 맞설 결의에 차 있다는 데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베를린 주재 유럽외교위원회의 야나 푸글리에린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독일에 대한 신뢰를 재차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 새삼스럽다"며 "전에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NYT는 독일 안에서도 러시아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노베르트 뢰트겐 독일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유럽을 분열시키고, 나아가 미국과 유럽을 갈라놓으려 한다"며 "만일 독일이 나토의 강력한 대응에 호응하지 않는 인상을 준다면, 푸틴은 유럽을 마비시키고 동맹국들을 갈라놓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노베르트 의원은 독일 보수당인 기독민주당 부대표를 지냈으며 자국 외교정책이 더 강경해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NYT는 독일의 애매한 태도를 둘러싼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러시아 관계는 수 세기에 걸친 무역과 문화적 교류,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형성됐으며, 냉전 시기 서독은 서방 진영에 흡수되고 독일은 소련의 영향력 아래 놓이면서 두 나라 관계는 조금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에 맞서 나토의 다국적군을 이끌고 리투아니아에서 전투를 벌였고, 러시아가 발트해 영공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데 도움을 줬다.
또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 메르켈 총리는 동서 유럽 각국을 규합해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했다.
독일은 또 내달 루마니아에 전투기를 보내 러시아의 움직임을 감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러·독 오랜 '애증관계' 주목… 나토에선 적전분열 우려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 국가와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독일의 애매한 태도가 동맹국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이 신문은 16년 동안 집권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고 새 총리가 들어선 뒤 독일이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를 꺼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등 서방국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러시아가 이처럼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독일을 이용해 서방 진영을 분열시킴으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힘을 합쳐 대항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이어 독일이 러시아에 잇단 경고를 보내고는 있지만, 동맹국들은 독일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 실제로 어떤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베를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이 나라의 주권을 침해한다면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에스토니아가 자국에 배치된 독일산 무기인 122mm D30 곡사포 6문을 우크라이나에 보내자고 요청하자 이를 거부했다.
또 숄츠 총리나 사회민주당 고위 간부들, 이 당 소속 고위 당국자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에서 자국으로 오는 '노르트 스트림 2' 해저 가스관을 차단할 것인지에 대해 그동안 애매한 태도를 취해 왔다.
이들은 이 가스관은 민자 사업 시설로 우크라이나 문제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후계자로 지명된 보수당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의원도 독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유로 국제 금융거래망인 신속 결제 네트워크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독일의 이러한 태도에 우크라이나와 이웃 나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일부 나라들은 독일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독일이 러시아의 침공을 대놓고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우리나스 카시우나스 리투아니아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의장은 "독일은 중대한 전략적 실수를 저질러 자국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국방부 장관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대신 이동병원을 보내는 것으로 전쟁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지난주에는 카이-아킴 쇤바흐 독일 해군 참모총장이 "푸틴 대통령도 존경받을 만하다"며,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도 우크라이나로 반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동맹 내부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쇤바흐 중장은 즉각 사임했지만,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안드리 멜니크 독일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런 무의식적 언동은 과거 독일 나치 치하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인간 이하 취급을 받던 때를 상기시킨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 대표를 지낸 마티아스 플랏체크 러시아-독일 포럼 의장도 얼마 전 "왜 우리가 러시아를 미국과 달리 봐야 하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독일과 러시아는 수천 년 동안 관계를 맺어왔다"며 "옛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차르 캐서린 대제가 바로 독일인이었고,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귀속시킨 것도 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러시아를 두 차례나 침공했고, 두 번째 침공 때는 대량 학살전이 수반돼 러시아인 1천 500만 명을 포함한 2천700만 명의 소련인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독일에 대해 마지못해 신뢰를 표시하면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특사로 보내 숄츠 총리가 더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번스 국장은 숄츠 총리에게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최신 정보를 제공했고, 블링컨 장관은 지난 23일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러 스위스 제네바로 가기 전에 베를린에 들러, 독일이 러시아에 맞설 결의에 차 있다는 데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베를린 주재 유럽외교위원회의 야나 푸글리에린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독일에 대한 신뢰를 재차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 새삼스럽다"며 "전에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NYT는 독일 안에서도 러시아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노베르트 뢰트겐 독일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유럽을 분열시키고, 나아가 미국과 유럽을 갈라놓으려 한다"며 "만일 독일이 나토의 강력한 대응에 호응하지 않는 인상을 준다면, 푸틴은 유럽을 마비시키고 동맹국들을 갈라놓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노베르트 의원은 독일 보수당인 기독민주당 부대표를 지냈으며 자국 외교정책이 더 강경해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NYT는 독일의 애매한 태도를 둘러싼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러시아 관계는 수 세기에 걸친 무역과 문화적 교류,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형성됐으며, 냉전 시기 서독은 서방 진영에 흡수되고 독일은 소련의 영향력 아래 놓이면서 두 나라 관계는 조금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에 맞서 나토의 다국적군을 이끌고 리투아니아에서 전투를 벌였고, 러시아가 발트해 영공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데 도움을 줬다.
또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 메르켈 총리는 동서 유럽 각국을 규합해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했다.
독일은 또 내달 루마니아에 전투기를 보내 러시아의 움직임을 감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