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토론 영향·파급효과 고려…"언론사 재량 일정한 한계"
법원서 제동걸린 이재명-윤석열 맞장토론…역대 사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맞장 토론'이 결국 무산됐다.

이 후보가 작년 11월 '주 1회 정책토론을 하자'고 윤 후보에 제안한 지 거의 세 달 만에 실무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양자 토론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법원의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서울서부지법은 26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이 지상파 방송 3사를 상대로 낸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정당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방송국 재량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봐야 한다"며 안 후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남부지법 역시 같은 날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낸 양자 TV토론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서 제동걸린 이재명-윤석열 맞장토론…역대 사례는
◇ 安·沈, 추진 단계부터 "단합" "횡포" 반발…법원 安·沈 손 들어
두 후보의 양자 토론 논의는 시작부터 제3후보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양당이 이달 13일 양자 TV토론 실무협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치졸한 단합", "거대양당의 일방적 횡포"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은 각각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적 조치로 배수의 진을 친 끝에 인용을 끌어냈다.

안 후보의 가처분 신청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은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에도 대상자 선정에 관한 언론기관의 재량에는 일정한 한계가 설정돼야 한다"며 안 후보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의 경우 언론사에 폭넓은 재량권이 있지만,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과 후보자가 전국적으로 국민의 관심 대상인지 여부, 토론회의 개최 시점 및 토론회의 영향력 내지 파급효과,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 등을 고려해 대상자 선정 권한을 일정 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서울남부지법도 같은날 심 후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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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같은 논리로 이명박·정동영·이회창 '3자 TV토론' 무산 사례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세 후보만 MBC, KBS 등 공영방송에서 토론하기로 결정됐다가 문국현, 권영길 두 후보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결국 토론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는 그 횟수, 형식, 내용구성, 대상자의 선정에 있어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방송토론회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대상자 선정에 관한 언론기관의 재량에는 일정한 한계가 설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당시 출마한 이인제 후보까지 6명의 대선 주자가 참석한 법정 TV토론회가 세 차례 열렸다.

서울서부지법이 이날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결정문에서 내세웠던 논리와 사실상 동일하다.

앞서 2002년 대선 때에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대선 후보 간의 양자 TV토론이 추진됐으나 양당이 토론 제목과 방식 등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무산됐다.

당시에도 제3 후보였던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측이 "오만한 발상"이라고 반발하며 "고발뿐 아니라 물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법원서 제동걸린 이재명-윤석열 맞장토론…역대 사례는
◇ 4자 토론 열릴 가능성 커…허경영 포함 5자도 가능?
결국 지상파 3사 주관으로 열리는 첫 대선 후보 토론은 심 후보와 안 후보까지 참여하는 4자간 후보 토론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토론은 선거운동 기간 진행되는 법정토론회가 아니기 때문에 주관하는 언론기관이 초청 대상을 선정할 수 있다.

다만, 토론 주관 언론사들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통상 선관위의 법정토론회 후보자 초청 기준을 따르는 관례가 있다.

선관위는 ▲ 국회에 5석 이상 의석을 가진 정당 추천 후보이거나 ▲ 직전 대선·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비례대표 지방의원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 추천 후보이거나 ▲ 언론기관이 1월 16일∼2월 14일(선거운동 기간 직전 한 달) 공표한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에 대해 법정 토론 참가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대로 집계된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도 5%대를 유지할 경우 선관위 참가 자격을 충족하는 만큼, 5자간 방송토론 요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8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율을 조사해 2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허 후보는 5.6%로 5%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3.9%)를 앞선 4위였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허 후보는 자신이 다른 후보와 달리 언론 보도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줄곧 불만을 제기했으며, 지난 21일에는 "본인과 주변이 정상인 후보들의 정책토론이 필요하다"며 자신과 안 후보, 심 후보와의 3자 정책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