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뉴스1
국내 주식시장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강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에 파랗게 질려가고 있다. 그동안 증시를 이끌던 주도주와 모멘텀도 모습을 감추며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칠 대로 지친 '개미'들은 불나방처럼 대선 관련주들로 몰려들어 저점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 수혜주를 찾아 단기차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관련주들은 급락장 속에도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으로 급락했다.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3.50%, 3.73% 하락했다. 외국인은 양대 시장에서 총 2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하락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개인들은 대선 테마주를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재명 테마주'로 주목받은 탈모샴푸업체 TS트릴리온은 13% 넘게 내렸지만 개인들은 1300만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테마주로 떠오른 코이즈도 0.96% 하락했지만 개인은 3억원가량 주식을 사들였다. 코이즈는 대표가 이 후보의 중앙대 동문으로 알려지며 이재명 테마주로 묶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명절 선물을 준 것으로 알려진 삼부토건도 윤석열 테마주로 불린다. 이날 8% 넘게 주가가 내렸지만 개인은 5억원가량 주식을 담았다. 윤 후보 대표 테마주로 불리는 노루홀딩스도 4%대 하락세를 보였지만 개인은 3300만원가량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급락장 속에서도 유력 대선주자의 테마주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다. 증시가 하락장으로 변모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뚜렷한 주도주를 찾지 못하자 정치 테마주 등을 통한 투기성 행태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차익을 노린다고 하더라도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정치테마주로 묶인 상장사가 주가 급등을 반기며 적극 해명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이 틈에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급등할 때 보유 주식이나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대주주 등 내부자의 대량 매도는 테마주 급락의 신호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매도 타이밍을 놓치 개인투자자들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하락장으로 변모한 주식시자에서 점차 주도주가 사라지고 있다"며 "2월 주식시장은 3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 테마주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이는데, 공약에 따라 테마주의 변동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