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 후 첫 대화서…"실망스러웠다" 반응도
헝다, 채권단과 첫 회의…"6개월 내 구조조정안 마련"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채권자들과 회의에서 6개월 안에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헝다는 26일 밤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에서 이날 채권인들과 전화회의를 했다면서 향후 6개월 안에 기초적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헝다는 "회사는 그룹 상황을 재평가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감사인을 투입해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이라며 "이 기간 계속해서 진지하게 채권인들의 의견과 건의를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롄서(財聯社)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샤오언(肖恩) 이사는 이번 회의에서 "헝다 이사회와 리스크해소위원회가 함께 각종 잠재적 방안들을 검토하면서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채권인들이 모든 이해 관계자의 상호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 법적 조치'를 취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헝다가 언급한 '공격적 법적 수단'이란 파산 신청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해진 기한 안에 돈을 받지 못한 채권인 중 누군가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해 인용되면 헝다는 채무·구조조정 주도권을 유지지 못하고 된다.

헝다가 지난달 디폴트 상태에 빠지고 나서 채권인들과 정식으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헝다가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을 달라'는 얘기만 했다는 평가가 많다.

헝다는 앞서 지난 24일 낸 공고에서도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면서 채권인들이 '공격적 법적 조치'를 취하지 말아 달라고 밝힌 바 있는데 전날 전화회의에서 새로 제시된 것은 사실상 '6개월 안'이라는 시한뿐이었다.

한 역외 채권 보유인 로이터 통신에 "전화회의 전이나 후로 기대가 없다"며 "솔직히 말해서 나는 헝다 측이 수동적이고 결국에는 (중국)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헝다는 지난달 6일까지 반드시 지급했어야 할 달러 채권 이자 8천250만 달러(약 984억원)를 내지 못해 공식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이후 중국 당국은 헝다에 들여보낸 광둥성 정부 관계자들과 국유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한 리스크해소위원회를 통해 사실상 이 회사를 직접 통제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중국 중국의 부실자산 처리 전문 국유기업인 중국신다(中國信達)홍콩의 량썬린(梁森林) 회장이 헝다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당국의 헝다 사태 통제권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이 먼저 헝다의 정확한 자산과 부채 규모를 가리는 정밀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나서 본격적인 채무·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헝다의 총부채는 1조9천665억 위안(약 370조원)에 달하며 이 중 역외에서 발행된 달러 채권 규모는 192억 달러(약 23조원)가량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