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사고는 피하자"…중대재해법 시행 첫날 잔뜩 움츠린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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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현장 문 걸어 잠그고 설 연휴기간 연장해 사고 가능성 최소화
사장이 직접 공사현장 점검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투자 확대 발표도
경제단체 "처벌 공포로 혼란" 우려…제도 개선책 마련 촉구 산업팀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전국의 산업현장은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혹여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해 '1호 처벌' 대상자로 주목을 받고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아예 현장 운영을 중단한 곳도 있었다.
현장을 운영하는 곳도 수시로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며 신중하게 현장을 돌리고 있다.
◇ 설 연휴까지 현장 문 닫는 건설업계…"1호 사고는 피하자"
상당수 건설업체는 이날부터 설 연휴 이후 주말까지 당분간 아예 현장 문을 걸어 잠그는 분위기다.
업계 특성상 언제, 어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법 시행 초기에 '1호 사건'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피해 보자는 전략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의 '맏형' 격이자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인 현대건설은 이날을 '현장 환경의 날'로 정해 전국 모든 현장의 공사를 중단했다.
현장에는 정리 정돈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겼다.
하루 뒤인 28일에도 현장 문을 열지 않고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이 참여하는 안전 워크숍을 진행한다.
현대건설은 설 연휴가 끝나는 시점도 내달 2일에서 4일로 이틀 연장했다.
현대건설이 동절기 주말에 안전사고가 많은 점을 고려해 내달까지 주말과 공휴일 작업을 전면 금지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날부터 장장 11일 동안 휴지기를 갖는 셈이다.
대우건설 역시 공사 현장에 한해 설 연휴 시작 시점을 이날로 이틀 앞당겼다.
또 현장의 자체 판단에 따라 내달 3∼4일까지 휴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DL이앤씨의 건설 현장도 이날 안전 워크숍 일정 이외에 작업이나 공사가 잡힌 것은 없다.
포스코건설의 경우도 전국의 현장에 이날부터 이틀 동안 휴무 권장 지침을 내려보냈으며, 설 연휴 전후에도 본사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중견 건설사인 한양 역시 이날 현장소장의 판단하에 본사 안전실과 협의를 거쳐 꼭 필요한 공사만 진행하고 있다.
28일에도 이 원칙을 적용한다.
현장에서는 안전 결의대회, 안전교육, 안전 점검 등을 진행하면서 안전 의식을 고취한다.
내달 3∼4일에는 한양 본사와 모든 현장의 임직원이 단체로 연차휴가를 사용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두 1호 처벌 대상이 되는 것만은 피하자는 생각으로 몸을 사리고 있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광주에서 잇달아 대형 사고를 낸 상황이라 건설업계는 다른 업계보다 더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제조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우 대표이사인 장희구 사장이 직접 국내 주요 사업장을 돌며 안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장 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지난 17일 경북 경산공장을 시작으로 18일 울산공장, 25일과 26일 김천 1·2공장과 구미공장 등을 찾아 핵심 생산·연구설비와 증설 공사가 진행 중인 아라미드 생산시설의 안전관리 상태를 직접 점검했다.
◇ '원청도 책임' 조항에 협력업체 안전 투자 지원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안전 강화·투자 조치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올해 건설과 철강 분야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관리 지원을 작년의 2배 수준인 87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 안전사고 발생 시 원청의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해 협력업체의 안전 관리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건설 분야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420억원을 집행한다.
발주사가 지급하는 안전관리비와 별도로 협력업체 안전 관리 강화만을 위해 자체적으로 책정한 예산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부터 공사 금액 100억원 이상 협력업체의 안전관리자 선임 인건비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고, 현대제철은 사내 협력업체의 안전관리자 추가 충원 비용을 지급해 안전 인력을 1.5배 증원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고위험 업종으로 꼽히는 조선업계도 안전 강화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안전 조직인 'HSE(건강·안전·환경) 추진 담당'을 'HSE경영실'로 격상하고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안전업무 보고를 하도록 보고체계를 상향했다.
삼성중공업은 안전보건 관련 조직·인력·예산 등에 최종 의사 결정권과 권한이 있는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 직책을 신설하고 윤종현 부사장에게 CSO 직책을 맡겼다.
지난 24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은 안전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최근 안전보안실 산하 산업안전보건팀을 산업안전보건실로 격상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이사회 내 안전위원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산업안전보건팀'을 대표이사가 직접 관리하는 경영지원실 산하로 편입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전담 인력을 충원했다.
◇ 개별 기업 대신해 경총 등 경제단체, 강한 우려 표명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사고 등으로 개별 기업이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유관 단체들이 앞장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경영계의 입장을 내고 "기업 입장에서 무엇을, 어느 정도 이행해야 법 준수로 인정되는지 알기 어려운 혼란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음은 경영계도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과도한 처벌 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의무 준수를 위해 큰 노력을 하는 기업조차도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입법 보완을 요구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도 이날 입장을 내고 "여야 대선 후보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내 보완 입법을 공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럼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사업주 혹은 경영책임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무를 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1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는 처벌 조항도 과실치사가 5년 이하 징역인 것과 비교하면 형벌의 비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사장이 직접 공사현장 점검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투자 확대 발표도
경제단체 "처벌 공포로 혼란" 우려…제도 개선책 마련 촉구 산업팀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전국의 산업현장은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혹여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해 '1호 처벌' 대상자로 주목을 받고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아예 현장 운영을 중단한 곳도 있었다.
현장을 운영하는 곳도 수시로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며 신중하게 현장을 돌리고 있다.
◇ 설 연휴까지 현장 문 닫는 건설업계…"1호 사고는 피하자"
상당수 건설업체는 이날부터 설 연휴 이후 주말까지 당분간 아예 현장 문을 걸어 잠그는 분위기다.
업계 특성상 언제, 어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법 시행 초기에 '1호 사건'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피해 보자는 전략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의 '맏형' 격이자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인 현대건설은 이날을 '현장 환경의 날'로 정해 전국 모든 현장의 공사를 중단했다.
현장에는 정리 정돈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겼다.
하루 뒤인 28일에도 현장 문을 열지 않고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이 참여하는 안전 워크숍을 진행한다.
현대건설은 설 연휴가 끝나는 시점도 내달 2일에서 4일로 이틀 연장했다.
현대건설이 동절기 주말에 안전사고가 많은 점을 고려해 내달까지 주말과 공휴일 작업을 전면 금지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날부터 장장 11일 동안 휴지기를 갖는 셈이다.
대우건설 역시 공사 현장에 한해 설 연휴 시작 시점을 이날로 이틀 앞당겼다.
또 현장의 자체 판단에 따라 내달 3∼4일까지 휴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DL이앤씨의 건설 현장도 이날 안전 워크숍 일정 이외에 작업이나 공사가 잡힌 것은 없다.
포스코건설의 경우도 전국의 현장에 이날부터 이틀 동안 휴무 권장 지침을 내려보냈으며, 설 연휴 전후에도 본사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중견 건설사인 한양 역시 이날 현장소장의 판단하에 본사 안전실과 협의를 거쳐 꼭 필요한 공사만 진행하고 있다.
28일에도 이 원칙을 적용한다.
현장에서는 안전 결의대회, 안전교육, 안전 점검 등을 진행하면서 안전 의식을 고취한다.
내달 3∼4일에는 한양 본사와 모든 현장의 임직원이 단체로 연차휴가를 사용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두 1호 처벌 대상이 되는 것만은 피하자는 생각으로 몸을 사리고 있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광주에서 잇달아 대형 사고를 낸 상황이라 건설업계는 다른 업계보다 더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제조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우 대표이사인 장희구 사장이 직접 국내 주요 사업장을 돌며 안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장 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지난 17일 경북 경산공장을 시작으로 18일 울산공장, 25일과 26일 김천 1·2공장과 구미공장 등을 찾아 핵심 생산·연구설비와 증설 공사가 진행 중인 아라미드 생산시설의 안전관리 상태를 직접 점검했다.
◇ '원청도 책임' 조항에 협력업체 안전 투자 지원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안전 강화·투자 조치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올해 건설과 철강 분야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관리 지원을 작년의 2배 수준인 87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 안전사고 발생 시 원청의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해 협력업체의 안전 관리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건설 분야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420억원을 집행한다.
발주사가 지급하는 안전관리비와 별도로 협력업체 안전 관리 강화만을 위해 자체적으로 책정한 예산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부터 공사 금액 100억원 이상 협력업체의 안전관리자 선임 인건비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고, 현대제철은 사내 협력업체의 안전관리자 추가 충원 비용을 지급해 안전 인력을 1.5배 증원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고위험 업종으로 꼽히는 조선업계도 안전 강화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안전 조직인 'HSE(건강·안전·환경) 추진 담당'을 'HSE경영실'로 격상하고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안전업무 보고를 하도록 보고체계를 상향했다.
삼성중공업은 안전보건 관련 조직·인력·예산 등에 최종 의사 결정권과 권한이 있는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 직책을 신설하고 윤종현 부사장에게 CSO 직책을 맡겼다.
지난 24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은 안전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최근 안전보안실 산하 산업안전보건팀을 산업안전보건실로 격상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이사회 내 안전위원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산업안전보건팀'을 대표이사가 직접 관리하는 경영지원실 산하로 편입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전담 인력을 충원했다.
◇ 개별 기업 대신해 경총 등 경제단체, 강한 우려 표명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사고 등으로 개별 기업이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유관 단체들이 앞장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경영계의 입장을 내고 "기업 입장에서 무엇을, 어느 정도 이행해야 법 준수로 인정되는지 알기 어려운 혼란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음은 경영계도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과도한 처벌 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의무 준수를 위해 큰 노력을 하는 기업조차도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입법 보완을 요구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도 이날 입장을 내고 "여야 대선 후보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내 보완 입법을 공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럼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사업주 혹은 경영책임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무를 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1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는 처벌 조항도 과실치사가 5년 이하 징역인 것과 비교하면 형벌의 비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