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매장의 원조' 佛카르푸, 매장 리스로 기사회생할까 [김리안의 글로벌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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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이었다면 카르푸의 장밋빛 미래에 대해 이렇게까지 확신에 차서 말하지 못했습니다."
알렉상드르 봉파르 카르푸 최고경영자(CEO)가 전자상거래 흐름 속에서 카르푸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향후 5년 내로 카르푸의 전자상거래 부문 매출을 100억유로(약 13조4000억원)로 3배 늘리고, 영업이익도 6억유로 이상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6억유로 목표치는 2020년 영업이익에서 30% 늘어난 수준이다. 현재 카르푸는 프랑스를 비롯해 브라질 스페인 등 9개 국가에서 1만3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퍼마켓의 시초' 카르푸의 추락
카르푸는 1960년대 대형매장(하이퍼마켓)을 처음 선보인 선구자다. 세계 각국에 대형매장 모델을 수출하며 세계 최고의 식료품 유통업체 중 하나로 등극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진 2010년대 이후 카르푸는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봉파르가 CEO로 부임한 2017년 이후에도 카르푸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봉파르 재임기간 내 주가는 20% 떨어졌는데, 이는 테스코(+30%) 월마트(+84%) 등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현재 카르푸 주가는 유럽 식료품유통 부문 평균가보다 35% 가량 할인된 가격에 형성돼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돼 현금배당과 바이백(자사주 매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봉파르의 '공'이지만 전자상거래 경쟁사들과의 피 튀기는 경쟁, 지나친 대형매장 의존도 등으로 인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윌리암 우즈 애널리스트는 "프랑스는 유럽, 미국을 통틀어 경쟁 유통사가 가장 많은 나라"라면서 "2010년 이후 인터마르쉐 등 경쟁사들로 인해 카르푸는 시장 점유율을 5%나 잃었다"고 설명했다.
구원투수가 없는 건 아니었다. 작년 캐나다 편의점 체인기업 쿠쉬타르가 카르푸 인수를 추진했지만, 프랑스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최근엔 카르푸보다 규모가 작은 프랑스 유통기업(오샹)까지 카르푸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오샹의 인수 제안은 카르푸 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개선에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봉파르는 카르푸 투자자들과 계속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카르푸 투자를 14년 만에 손절로 마무리한 게 대표적이다.
"비용절감, 매장리스 등으로 e커머스 시대 헤쳐나간다"
사면초가 상황에서 봉파르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카르푸는 다른 유통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소프트웨어, 물류창고 등에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카르푸는 운영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드는 '배달'보다 '클릭앤콜렉트(온라인 주문 픽업)' 부문에서의 주문량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또 점포 폐쇄, 부동산 자산 매각 등으로 절감한 비용을 토대로 가격할인 등 가격경쟁력 확보, 기술력 투자 등에 나섰다. 중국 등 수익성 없는 시장에서는 과감히 철수했다. 매장별로 초밥, 나폴리 피자 등 특색 있는 상품을 판매하며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봉파르의 최대 치적은 '매장 리스(임대)'로 꼽힌다. 그는 실적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매장의 경우 해당 매장이 위치한 지역의 사업가, 전 카르푸 직원 등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꾀했다. 2018년 2곳에 불과했던 임대 매장은 2020년 12곳, 지난해 22곳으로 늘어났으며 올해 16곳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바클레이스의 니콜라스 챔프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카르푸의 오래 묵은 난제를 리스 경영으로 해결한 봉파르의 창의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