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수백채 싹쓸이"…난리 난 거제 아파트들,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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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에 전국 투자자들 몰려
비규제지역·'유튜버 지역찍기' 영향
'거제반도유보라' 올해 117건 손바뀜
작년 포함하면 300건 넘게 거래
비규제지역·'유튜버 지역찍기' 영향
'거제반도유보라' 올해 117건 손바뀜
작년 포함하면 300건 넘게 거래
"작년에 한참 거래되더니 올해 들어서 또 거래가 활발하네요. 지역 유튜버가 거제를 콕 집어서 얘기한 이후 인근 대구, 부산부터 서울, 전라 등 각지 외지 투자자들이 몰려와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경남 거제시 옥포동 A 공인 중개 관계자)
임인년 새해가 채 한 달도 지나기 전 벌써 수백건의 분양권이 거래된 곳이 있다. 경남 거제시다. 비규제지역 매력으로 지난해 투자자가 한 차례 훑고 지나간 이후 잠시 시장이 시들어지나 싶었지만, 부동산 관련 유튜버가 거제를 '투자할만한 곳'으로 찍으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색됐다.
지역에서는 "외지 투자자가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당 단지의 전매가 이미 2차까지 이뤄졌다. 거래건수가 가구 수를 초과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분양권 가격이 치솟은 만큼 결국엔 지역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아주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이 시작된 이후 한 차례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이후 잠잠했는데, 최근 유튜버가 거제를 투자처로 꼽은 이후 투자자들이 한 번 더 밀려들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으로는 유튜버의 '지역 찍기'가 거래량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 지역으로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표면적인 이유는 거제가 비규제지역이어서다. 청약통장 가입 6개월이 지나고 일정 금액을 예치했다면 주택 보유수에 관계없이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도 청약할 수 있다. 재당첨 제한이 없고, 대출도 규제도 느슨한 데다, 계약금을 완납하면 무제한 전매가 가능하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거제시에서는 1047건의 아파트 거래가 이뤄졌는데 관할 시군군 및 시도내 거래가 575건으로 54.91%, 서울 및 기타 지역 거래가 472건으로 45.08%를 차지했다. 외지인이 절반에 달하는 물량을 매매한 것이다.
옥포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수도권 등에서는 아파트 투자가 어렵다보니 대부분 외지인이 내려와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팀 단위로 움직이면서 전국 비규제지역을 돌아다니며 (분양권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거제 부동산 시장은 조선업 경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옥포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거제는 조선업 경기에 부동산 시장 흐름도 따라가는 곳"이라며 "2019년 이후 조선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도 일부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거제반도유보라'는 모두 117건 거래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분양을 시작한 10월 이후 총 341건 손바뀜했다. 가구수가 292가구임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일부 가구는 두 번 이상 주인이 바뀐 셈이다. 이 단지 전용 84㎡의 경우 웃돈(프리미엄)이 1000만~2000만원 가량 붙은 상황이다. 당첨자 발표 이후 붙었던 초반 웃돈(초피) 500만~1000만원보다 소폭 오른 수준이다. 전용 109㎡의 경우 웃돈이 3000만~4000만원으로 형성됐다.
이 단지는 벌써 두 차례에 걸쳐 전매 신청을 받았는데 여전히 명의 변경 수요가 많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단지 분양 관계자는 "1차와 2차 전매 신청 결과 예상했던 수요보다 훨씬 많은 전매 건수가 접수됐다"며 "오는 6월 전매 신청을 한 번 더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한 해 거제에서 1024건으로 가장 많은 분양권 거래 건수를 기록한 ‘더샵거제디클리브’(거제시 상동동, 1288가구, 2024년 1월 입주)도 올 들어 10건 매매가 이뤄져 시장에서 여전히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장평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고 있고 거제시 아파트 분양권 역시 꽤 많이 거래됐기 때문에 끝물이라고 본다"며 "대선을 앞두고 내달엔 거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살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투자 수요가 끌어올린 집값이 결국 실수요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아주동에 있는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현재 가격은 대부분 외지인이 밀려들어 와 형성해놓은 것"이라며 "조선 경기가 회복돼 조선소에 근무하는 직원 등 실수요자들이 다시 유입되면 결국 높아진 가격을 이들이 다 떠안게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한편 거제시는 지난해 31일 미분양관리지역에서 해제됐다. 2017년 2월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후 4년 10개월 만이다. 거제시는 아파트 과잉공급과 조선 경기 불황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한때 미분양이 1000가구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조선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고 아파트 공급이 수년간 없었다 보니 미분양이 줄었다. 여기에 최근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미분양이 일부 해소되기도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임인년 새해가 채 한 달도 지나기 전 벌써 수백건의 분양권이 거래된 곳이 있다. 경남 거제시다. 비규제지역 매력으로 지난해 투자자가 한 차례 훑고 지나간 이후 잠시 시장이 시들어지나 싶었지만, 부동산 관련 유튜버가 거제를 '투자할만한 곳'으로 찍으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색됐다.
지역에서는 "외지 투자자가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당 단지의 전매가 이미 2차까지 이뤄졌다. 거래건수가 가구 수를 초과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분양권 가격이 치솟은 만큼 결국엔 지역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유튜버 '지역 찍기'에 거제로 몰려든 투자자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유독 거래가 활발한 곳이 있다. 경남 거제시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다. 거제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연초부터 뜨거운 이유는 '유튜버'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 콘텐츠를 운영하는 유튜버가 거제를 '투자할 만한 곳'으로 지역을 지목한 것이 거래량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아주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이 시작된 이후 한 차례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이후 잠잠했는데, 최근 유튜버가 거제를 투자처로 꼽은 이후 투자자들이 한 번 더 밀려들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으로는 유튜버의 '지역 찍기'가 거래량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 지역으로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표면적인 이유는 거제가 비규제지역이어서다. 청약통장 가입 6개월이 지나고 일정 금액을 예치했다면 주택 보유수에 관계없이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도 청약할 수 있다. 재당첨 제한이 없고, 대출도 규제도 느슨한 데다, 계약금을 완납하면 무제한 전매가 가능하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거제시에서는 1047건의 아파트 거래가 이뤄졌는데 관할 시군군 및 시도내 거래가 575건으로 54.91%, 서울 및 기타 지역 거래가 472건으로 45.08%를 차지했다. 외지인이 절반에 달하는 물량을 매매한 것이다.
옥포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수도권 등에서는 아파트 투자가 어렵다보니 대부분 외지인이 내려와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팀 단위로 움직이면서 전국 비규제지역을 돌아다니며 (분양권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거제 부동산 시장은 조선업 경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옥포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거제는 조선업 경기에 부동산 시장 흐름도 따라가는 곳"이라며 "2019년 이후 조선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도 일부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올 들어 100건 넘게 팔린 아파트 분양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거제반도유보라'는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 지어지고 있는 곳으로 전용 84~109㎡, 총 292가구로 구성된다. 지난해 10월6일 1순위 청약을 받았고, 14일 당첨자를 발표했다.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거제반도유보라'는 모두 117건 거래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분양을 시작한 10월 이후 총 341건 손바뀜했다. 가구수가 292가구임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일부 가구는 두 번 이상 주인이 바뀐 셈이다. 이 단지 전용 84㎡의 경우 웃돈(프리미엄)이 1000만~2000만원 가량 붙은 상황이다. 당첨자 발표 이후 붙었던 초반 웃돈(초피) 500만~1000만원보다 소폭 오른 수준이다. 전용 109㎡의 경우 웃돈이 3000만~4000만원으로 형성됐다.
이 단지는 벌써 두 차례에 걸쳐 전매 신청을 받았는데 여전히 명의 변경 수요가 많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단지 분양 관계자는 "1차와 2차 전매 신청 결과 예상했던 수요보다 훨씬 많은 전매 건수가 접수됐다"며 "오는 6월 전매 신청을 한 번 더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한 해 거제에서 1024건으로 가장 많은 분양권 거래 건수를 기록한 ‘더샵거제디클리브’(거제시 상동동, 1288가구, 2024년 1월 입주)도 올 들어 10건 매매가 이뤄져 시장에서 여전히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상당수 손바뀜 '투자 유의'…실수요자 피해 우려도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부진하고 최근 거래된 거제시 아파트 분양권들이 손바뀜이 상당수 이뤄진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장평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고 있고 거제시 아파트 분양권 역시 꽤 많이 거래됐기 때문에 끝물이라고 본다"며 "대선을 앞두고 내달엔 거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살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투자 수요가 끌어올린 집값이 결국 실수요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아주동에 있는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현재 가격은 대부분 외지인이 밀려들어 와 형성해놓은 것"이라며 "조선 경기가 회복돼 조선소에 근무하는 직원 등 실수요자들이 다시 유입되면 결국 높아진 가격을 이들이 다 떠안게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한편 거제시는 지난해 31일 미분양관리지역에서 해제됐다. 2017년 2월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후 4년 10개월 만이다. 거제시는 아파트 과잉공급과 조선 경기 불황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한때 미분양이 1000가구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조선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고 아파트 공급이 수년간 없었다 보니 미분양이 줄었다. 여기에 최근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미분양이 일부 해소되기도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