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품을 집과 모든 세대 아우르는 이태원 맛집[이송렬의 맛동산]
인류 역사를 통틀어 생존의 기본이 되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맞습니다. 의(衣)·식(食)·주(住)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생 숙원인 '내 집 마련'. 주변에 지하철은 있는지, 학교는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 찾으면서 맛집은 뒷전이기도 합니다. '맛동산'을 통해 '식'과 '주'를 동시에 해결해보려 합니다.

맛집 기준은 기자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맛집을 찾는 기준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습니다. 맛집으로부터 어떠한 금액도 받지 않은 '내돈내먹'(자신의 돈으로 직접 사 먹는 것)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나이대에 따라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도, 고민거리도 천차만별입니다. 주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한 삶의 주기에 따라 거주 형태도 당연히 달라집니다. 요즘 문화를 이끄는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도 주거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MZ세대들은 집값이 폭등하면서 ‘집을 가진 사람’과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으로 양분화되는 현상을 직접 목격하다 보니 초조함과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이런 심리는 지난해 ‘패닉바잉’(공황매수)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 피데스개발이 발표한 ‘2022~2023년 공간 7대 트랜드’에서 전국 만 18~34세 총 3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 집 마련은 꼭 해야 한다’는 청년들이 68.6%에 달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청년들만 놓고 보면 이 비율은 73.9%로 더 높았습니다.

누구나 집을 사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나 집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12억5696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내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도 6억6932만원입니다. 평균 가격이 이 정도니 강남권이나 도심권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의 집값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서울시는 통학과 출근이 쉬운 역세권에 집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역세권 청년 주택입니다.
'용산 원효 루미니' 전경 사진=롯데건설
'용산 원효 루미니' 전경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은 내달 청년 임대주택 ‘용산 원효 루미니’를 공급합니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원효로 1가 104번지 외 3필지에 공급되는 단지로 지하 6층~지상 29층, 총 752가구입니다. 롯데건설이 공급하는 물량은 이 중 465가구로, 나머지 287가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분양할 예정입니다.

역세권 청년 임대주택답게 단지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에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이 있습니다. 조금 더 발품을 팔면 4호선 숙대입구역, 6호선 삼각지역, 수도권 지하철 경의·중앙선 효창공원앞역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면적대별로 전용 △15㎡A 14가구 △15㎡B 2가구 △33㎡ 188가구 △43㎡A 216가구 △43㎡B 45가구 등 소형 주택형이 중심입니다. 전용 15㎡는 복층 구조로 설계가 돼 있어 '나 혼자 산다'의 로망을, 전용 43㎡의 경우 방 2개와 거실, 주방 등 확실하게 나뉜 공간과 드레스룸 등 수납공간이 틈틈이 있어 신혼부부가 '새 시작'을 하기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카이라운지에서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 /  사진=이송렬 기자
스카이라운지에서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 / 사진=이송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삶’을 꾸려나가야 할 다양한 공간이 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용산 원효 루미니’에는 단지 내 다양한 특화시설이 있는데, 단지 최상층에는 스카이브릿지 라운지를 통해 ‘남산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 공간에는 도서관과 코인세탁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로는 헬스장, GX룸, 어린이집 등도 설치된다고 합니다.

주기에 따라 주거의 형태는 갈릴 수 있어도 '맛있는 음식'은 모든 세대를 차별없이 아우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과거의 영광'에 젖어 있는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이태원에 있는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벌써 3년이나 된 이 가게는 상호 '농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게가 문을 여는 오후 5시. 오픈 한지 15분 밖에 안 지났지만, 가게 좌석은 만석이었습니다. 오픈 전부터 대기를 했던 손님들입니다. 2인 테이블이 7개 밖에 들어가지 않을만큼 가게 안은 협소합니다. 코로나19 시국이라 불편하긴 했지만 '맛'을 위해서 이정도는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이태원 '농담' 간판 사진=이송렬 기자
이태원 '농담' 간판 사진=이송렬 기자
음식을 맛보기에 앞서 감성이 가득한 분위기에 압도됐습니다. 입구 앞에 붙어 있는 '봄은 올거에요. 내가, 나를 사랑할 때'라는 네온사인과 그 밑으로 있는 거울. 가게에 들어가기 전후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사장님의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더 고조됩니다. 약간 어두운 조명과 심플한 인테리어, 사진을 찍으면 음식도 사람도 잘 나올 환경입니다.

'농담'의 대표 메뉴는 '매운등심크림 파스타'와 '삼겹로제 파스타'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파스타와 리소토, 안주로 먹을만한 바지락술찜, 감자튀김 등이 있습니다. 대표 메뉴 가운데 하나인 '매운등심크림 파스타'와 '트러플머쉬룸크림 리소토'를 시켰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습니다. 매운등심크림 파스타는 접시 가운데 면을 중심으로 한 쪽엔 매콤한 고춧가루가, 한 쪽엔 파슬리가 뿌려진 크림 소스가 나눠져 있습니다. 크림을 좋아하지만 느끼해서 싫어하는 이와 크림 파스타가 없어서 못 먹는 이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하나의 포인트는 구운 등심이 파스타 위에 함께 나옵니다. 대개 크림 파스타엔 버섯, 양파 등 야채가 소스에 함께 나오는 편인데 고기가 함께 나오니 든든한 한끼처럼 보입니다.
왼쪽은 '트러픔머쉬룸크림 리소토' 오른쪽은 '매운등심크림 파스타' 사진=이송렬 기자
왼쪽은 '트러픔머쉬룸크림 리소토' 오른쪽은 '매운등심크림 파스타' 사진=이송렬 기자
면을 돌돌 말아 매콤한 고춧가루가 있는 소스에 살짝 버무려 입에 가져갑니다. 보이기엔 크림 파스타지만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맛은 '중화된 엽기 떡볶이'와 비슷한 맛입니다. 크림에 느끼한 맛은 싹 잡아주면서 고소한 맛만 입 안에 감돌았습니다. 파슬리가 뿌려져 있는 반대 쪽 소스에도 면을 버무려 먹어봅니다. 크림 자체에 매운 맛이 기본적으로 가미돼 있어 느끼한 맛은 전혀 없습니다.

함께 시킨 트러플머쉬룸크림 리소토도 일품입니다. 진한 트러플 향이 코를 찌릅니다. 어떤 식당은 '트러플'이라는 이름만 붙여 놓고 냄새조차도 나지 않는 곳이 있는데 이 가게는 다릅니다. 트러플을 좋아하는 기자는 아주 만족했지만, 트러플 자체가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인 만큼 음식도 취향에 따라 반응이 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맛도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이쯤되면 가격을 봐야겠습니다. 음식들의 가격은 대부분의 음식이 2만원 아래였습니다. '괜찮다'는 평을 받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훨씬 더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이 갔습니다. 음식 가격만큼이나 '용산 원효 루미니'의 임대료도 중요합니다. 아직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청년 임대주택이 주변 시세의 30~95% 수준으로 공급되는 만큼 시세보다는 저렴할 것이라는 게 롯데건설 측의 설명입니다.

'루미니'는 어둠에서 빛을 발산한다는 뜻의 'Luminous'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도시를 대표하는 특별한 주거 공간, 일상의 영감을 주는 다채로운 공간 루미니에서 MZ세대의 무한한 가능성을 키워나갔으면 합니다.
'용산 원효 루미니'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용산 원효 루미니'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