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과학자 괴짜논문 공개…"핵무기로 파괴나 궤도변경 가능"
"충돌 땐 해저·지하벙커 피신"…영화 아마겟돈식 기술은 '비과학' 판정
영화 돈룩업처럼 된다면…"10㎞ 소행성 와도 인류에 생존기술"
영화 '돈 룩 업'처럼 폭 10㎞의 소행성이 지구를 강타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인간의 기술을 통해 인류 멸종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 샌타바버라)의 필립 루빈 교수와 알렉스 코언 교수는 논문 초고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org)에 공유한 논문을 통해 "우리는 인류가 '공룡의 길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기술적 문턱을 넘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폭 10㎞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질 경우 약 6천6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과 같은 충격이 발생하겠지만 인간은 과학 기술을 통해 멸종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논문에 따르면 폭 10㎞의 소행성이 지구 대기에 진입하면 최악의 경우 지구 대기 온도는 300℃까지 올라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파괴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핵미사일로 소행성을 격추하는 방식으로 궤도를 변경하거나 폭 1㎞ 미만 크기로 조각내면 대기에서 모두 타버려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때 방사성 물질이 지구에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핵무기 배치 전 기폭장치를 실험하는 것은 핵 실험 금지 조약에 따라 금지되고 있어 이를 위한 정치적인 난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논문은 영화에서처럼 대응책 결정권자들이 정치 이익을 위해 우왕좌왕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적어도 실제 위험 상황에서는 이성적 논리가 우세할 것이라 희망한다"고 적었다.

영화 돈룩업처럼 된다면…"10㎞ 소행성 와도 인류에 생존기술"
논문은 또 영화 '아마겟돈'에서 시도했던 방법도 검토했다.

영화 아마겟돈에서는 미국 텍사스주 크기의 행성이 지구로 다가오자 시추공들이 소행성에 착륙해 구멍을 뚫은 뒤 행성 내부에 핵폭탄을 심어 터트리는 방식으로 소행성을 파괴한다.

이 방법에 대해 논문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법이라 결론내렸다.

영화에 나오는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실제로 있긴 하지만 그런 소행성을 반으로 쪼개려면 지구 전체 핵무기의 100만 배가 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소행성을 파괴하거나 궤도를 변경시키려는 시도가 실패할 경우에는 "수중이나 지하에서 생명을 지키는 것이 인류와 다른 종들의 생존을 위한 현명한 방어 전략이 될 것"이라며 해저나 지하 벙커를 최후의 방어선으로 추천했다.

논문은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대비하는 것이 죽는 것보단 낫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크 매코크런 유럽 우주국 과학 탐사 선임 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 논문이 주목받기 위한 괴짜 같은 작품이라며 "기술적 질문에 답한다고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려는 요지를 완전히 놓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학자들의 조언은 일상적으로 무시된다"며 "진짜 재앙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이 신경 쓰기에는 너무 느리고 지루하다"고 강조했다.

지구에 행성이 충돌하는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것은 이 두 박사가 처음은 아니다.

유엔 우주업무사무국(UNOOSA)은 매년 전문가들이 모여 행성이 충돌할 경우 이를 완화할 방법과 법적 문제, 대중 소통 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