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직원도 없는데 대형마트 뺨친다"…'배송 혁신'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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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온라인 배송 혁신 '산지직송'
[노유정의 생생유통]
주문 당일 밤이나 다음날 새벽 도착
"대형마트보다 신선한 수산물 보내주겠다"
산지에 물류센터 '모바일 플렉스' 구축
물류센터 핵심 소프트웨어도 심었다
[노유정의 생생유통]
주문 당일 밤이나 다음날 새벽 도착
"대형마트보다 신선한 수산물 보내주겠다"
산지에 물류센터 '모바일 플렉스' 구축
물류센터 핵심 소프트웨어도 심었다
충남 태안 바닷가에는 쿠팡 미니 물류센터(모바일 플렉스)가 있다. 규모는 약 70평. 이곳은 수산물을 산지에서 곧장 받는다. 오전 내내 10~20분 거리 양식장 또는 바다에서 잡아올린 새우와 꽃게가 물차에 실려 들어온다. 직원들은 수산물을 상자째 얼음에 담가 기절시킨다. 신속하게 이물질을 빼내고 크기가 작거나 집게발이 없는 꽃게를 골라낸 후 kg 단위로 소분을 한다.
바로 옆에서는 소분한 수산물을 얼음과 함께 비닐에 담고, 밀봉하고, 스티로폼 상자에 담은 후 택배 운송장을 붙여 목적지별로 쌓는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운송장에는 쿠팡 로고가 큼지막하게 인쇄돼 있다. 오후 1시쯤 쿠팡 차량이 와 상자들을 실어간다.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850~900건의 주문 건수를 오전 내 처리한다. 전국으로 보내진 수산물들은 당일 밤, 혹은 다음날 새벽 소비자 문 앞에 도착한다. 태안에서 서울까지 17시간 내 배송된다.
그런데 이 건물과 직원들은 쿠팡 소속이 아니다. 쿠팡에 입점한 수산물 유통업체 비비수산의 작업장과 직원들이다. 쿠팡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쿠팡은 입점업체 작업장을 어떻게 물류센터로 바꿨을까. 비비수산은 쿠팡이 지난해 6월 시작한 ‘산지직송’ 입점업체다. 산지직송은 신선식품 배송 로켓프레시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서비스다. 신선식품이 산지에서 출발하는 단계부터 쿠팡이 개입해 물류 과정을 최소화하는 프로젝트다. 새우, 꽃게, 전복 등은 현지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배송한다. 현재 수백 곳의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산지직송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보다 신선하게 배송하겠다”는 쿠팡의 집념에서 시작됐다. 대부분 상품을 직매입하는 쿠팡은 입점업체가 쿠팡의 중앙 물류센터에 제품들을 보내면 재고를 보관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포장해 보낸다.
신선식품은 달라야 했다. 물류센터에서 보관되는 시간, 다른 상품들과 함께 배송지에 따라 분류돼 쿠팡 차량에 실리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 1분 1초가 신선도를 떨어뜨렸다. 물류센터마다 수족관을 만들거나, 신선식품이 물류센터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가능한 줄여야 했다. 결론은 산지에 미니 물류센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산지에서 포장이 끝난 박스가 나오면 쿠팡이 깔아놓은 전국 물류망을 타고 빠르게 이동하면 된다. 중앙 물류센터를 ‘드라이브 스루’로 패스해 지역 거점인 배송캠프로 가고, 바로 소비자 집 앞으로 보낼 수 있다.
쿠팡은 산지직송 업체마다 미니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투자도 많이 했다. 먼저 택배 운송장을 인쇄하는 프린터와 노트북 등 기본 설비를 마련해줬다. 핵심인 소프트웨어도 심었다. 주문 처리 작업이 가능한 쿠팡의 창고운영 시스템을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쿠팡 본사 직원들이 현지로 파견을 가 비비수산 직원들에게 물류센터 시스템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쳤다. 대형마트 출신의 수산물 ‘베테랑’ 윤성훈 쿠팡 BM(브랜드매니저)은 지금도 수시로 내려와 현장을 챙긴다.
이렇게 하자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싱싱한 수산물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대형마트는 수산물이 여러 중간도매 과정을 거친 후 점포에 도착한다. 매대에 올려지고 나서도 소비자가 집어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새우 등 수산물은 하루만 지나도 죽어 썩거나 제 몸을 파먹기 시작한다. 마트의 수산 폐기율은 20~30%에 이른다. 쿠팡의 산지직송은 이렇게 버려지는 시간과 수산물을 최소화했다. 산지직송을 시작한 후 비비수산의 실적은 급증하고 있다. 산지직송 전 비비수산의 로켓프레시 매출은 월 기준 2~3억원대였다가 입점 이후 7억원대로 뛰었다. 지난해 비비수산 연간 매출 250억원 중 쿠팡 매출은 70억원으로 전체의 약 30% 수준이다. 산지직송이 속한 로켓프레시 매출만 45억원 규모다. 안철호 비비수산 대표는 “리뷰가 많은 쿠팡 특성상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신선식품을 가장 신선하고 빠르게 배송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배 위에도 간이 물류센터를 만들어 온라인쇼핑의 편견을 깨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태안=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바로 옆에서는 소분한 수산물을 얼음과 함께 비닐에 담고, 밀봉하고, 스티로폼 상자에 담은 후 택배 운송장을 붙여 목적지별로 쌓는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운송장에는 쿠팡 로고가 큼지막하게 인쇄돼 있다. 오후 1시쯤 쿠팡 차량이 와 상자들을 실어간다.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850~900건의 주문 건수를 오전 내 처리한다. 전국으로 보내진 수산물들은 당일 밤, 혹은 다음날 새벽 소비자 문 앞에 도착한다. 태안에서 서울까지 17시간 내 배송된다.
그런데 이 건물과 직원들은 쿠팡 소속이 아니다. 쿠팡에 입점한 수산물 유통업체 비비수산의 작업장과 직원들이다. 쿠팡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쿠팡은 입점업체 작업장을 어떻게 물류센터로 바꿨을까. 비비수산은 쿠팡이 지난해 6월 시작한 ‘산지직송’ 입점업체다. 산지직송은 신선식품 배송 로켓프레시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서비스다. 신선식품이 산지에서 출발하는 단계부터 쿠팡이 개입해 물류 과정을 최소화하는 프로젝트다. 새우, 꽃게, 전복 등은 현지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배송한다. 현재 수백 곳의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산지직송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보다 신선하게 배송하겠다”는 쿠팡의 집념에서 시작됐다. 대부분 상품을 직매입하는 쿠팡은 입점업체가 쿠팡의 중앙 물류센터에 제품들을 보내면 재고를 보관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포장해 보낸다.
신선식품은 달라야 했다. 물류센터에서 보관되는 시간, 다른 상품들과 함께 배송지에 따라 분류돼 쿠팡 차량에 실리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 1분 1초가 신선도를 떨어뜨렸다. 물류센터마다 수족관을 만들거나, 신선식품이 물류센터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가능한 줄여야 했다. 결론은 산지에 미니 물류센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산지에서 포장이 끝난 박스가 나오면 쿠팡이 깔아놓은 전국 물류망을 타고 빠르게 이동하면 된다. 중앙 물류센터를 ‘드라이브 스루’로 패스해 지역 거점인 배송캠프로 가고, 바로 소비자 집 앞으로 보낼 수 있다.
쿠팡은 산지직송 업체마다 미니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투자도 많이 했다. 먼저 택배 운송장을 인쇄하는 프린터와 노트북 등 기본 설비를 마련해줬다. 핵심인 소프트웨어도 심었다. 주문 처리 작업이 가능한 쿠팡의 창고운영 시스템을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쿠팡 본사 직원들이 현지로 파견을 가 비비수산 직원들에게 물류센터 시스템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쳤다. 대형마트 출신의 수산물 ‘베테랑’ 윤성훈 쿠팡 BM(브랜드매니저)은 지금도 수시로 내려와 현장을 챙긴다.
이렇게 하자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싱싱한 수산물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대형마트는 수산물이 여러 중간도매 과정을 거친 후 점포에 도착한다. 매대에 올려지고 나서도 소비자가 집어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새우 등 수산물은 하루만 지나도 죽어 썩거나 제 몸을 파먹기 시작한다. 마트의 수산 폐기율은 20~30%에 이른다. 쿠팡의 산지직송은 이렇게 버려지는 시간과 수산물을 최소화했다. 산지직송을 시작한 후 비비수산의 실적은 급증하고 있다. 산지직송 전 비비수산의 로켓프레시 매출은 월 기준 2~3억원대였다가 입점 이후 7억원대로 뛰었다. 지난해 비비수산 연간 매출 250억원 중 쿠팡 매출은 70억원으로 전체의 약 30% 수준이다. 산지직송이 속한 로켓프레시 매출만 45억원 규모다. 안철호 비비수산 대표는 “리뷰가 많은 쿠팡 특성상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신선식품을 가장 신선하고 빠르게 배송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배 위에도 간이 물류센터를 만들어 온라인쇼핑의 편견을 깨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태안=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