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 주가가 800달러대로 주저앉으면서 시가총액 1090억달러가 증발했다. 테슬라 시총이 하루 만에 1000억달러 넘게 줄어든 것은 지난해 11월9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1.55% 급락한 829.1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발표 자리에서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 등 공급망 문제를 언급하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올해 1주당 100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를 시작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서학개미') 사이에서 '천슬라'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이날 급락으로 주가가 '팔백슬라'(주가 8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0월14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주가 급락으로 이날 하루 동안 테슬라 시가총액이 1090억달러(131조1800억원) 어치가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시장가치가 하루 새 1000억달러 넘게 줄어든 것은 지난해 11월9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에서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로 기술주들이 줄줄이 '베어마켓(대세 하락장)'으로 가고 있는데다 테슬라가 전날 실적 발표에서 공급망 문제를 경고한 것이 투자 심리를 급랭시키는 요인이 됐다.

머스크 CE0는 "칩 부족 문제를 고려해 올해에는 신차를 내놓지 않고 전기 픽업 '사이버 트럭' 출시도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테슬라가 올해 신차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많은 사람이 실망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월가에선 여전히 테슬라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긍정론'이 나오고 있다.

월가의 금융사 제프리스는 최근 테슬라에 대해 목표주가 1400달러를 제시하는 리포트를 냈다. 투자보고서를 내는 월가 금융사 중 테슬라를 가장 높게 평가한 곳이다. 현재 주가가 829달러 정도인 만큼 약 68.8% 수준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 셈이다. 테슬라의 전기차 섹터 내 막대한 우위와 전통 자동차 기업에 대한 점유율 잠식, 공급망 어려움 속에서 테슬라의 생산관리와 시장의 수요에 따른 강력한 성장을 확인했다고 제프리스는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1일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1200달러에서 13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투자 의견도 매수를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1125달러에서 1200달러로 목표 주가를 높였다. 이들은 테슬라의 전기차 인도가 지속적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향후 독일과 텍사스의 신공장들이 가동되면 매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베어드 증권도 목표 주가를 기존 888달러에서 1108달러로 높였다. 웰스파고 역시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기존 860달러에서 91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 회사 역시 전기차 섹터에서 테슬라의 입지가 지금보다 강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