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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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은 3월 대통령 선거가 두렵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64조원 탄소세'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대선주자 탄소중립 공약발표회에서 전 국민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탄소세를 거론했다. 당시 이 후보는 "국제기구 권고에 따라 t당 8만원의 세금을 부과하면 64조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입장은 유력 대선후보가 된 지금도 그대로다. 기본소득 이슈에선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고집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탄소세를 걷겠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고 있다. 그는 올해 초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간담회에서 "탄소세로 마련한 재원을 기업의 산업 전환과 물가상승 부담 완화에 쓰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64조원의 비용 부담이 철강, 시멘트 등 구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일부 업종에 집중된다는 데 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포스코의 2020년 탄소배출량은 7566만9968t이었다. 이 후보의 계산대로 t당 8만원의 세금을 매겼다고 가정하면 탄소세의 규모가 6조536억원에 이른다. 이는 포스코 2020년 매출(26조5099억원)의 23%에 해당한다.

같은 해 479만2421t의 탄소를 배출한 성신양회도 비슷한 사례다. 이 회사에 부과할 수 있는 탄소세는 매출(4959억원)의 77%인 3833억원에 달한다. 그밖에도 현대제철(탄소세 2조2898억원), 한국지역난방공사(4171억원), 아시아시멘트(1950억원) 등이 매출액의 10% 이상의 금액을 탄소세로 내는 것으로 시뮬레이션됐다.

이 후보의 탄소세 부과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t당 8만원(67달러)은 탄소세를 도입한 28개국 중 5위에 해당한다. 현재 탄소세로 t당 67달러 이상을 받는 나라는 스웨덴(137달러), 스위스(101달러), 리히텐슈타인(101달러), 핀란드(67.9달러) 뿐이다. 하나같이 제조업 비중이 높지 않은 북유럽 국가들이다. 한국과 산업 구조가 비슷하고 제조업 비중도 높은 일본의 탄소세는 t당 3달러(3625원) 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탄소세를 낮게 매기고 나름의 기준을 충족하면 탄소세를 깎아주기도 한다"며 "탄소세에 대한 보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