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탄 휠체어를 밀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탄 휠체어를 밀고 있다. /뉴스1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586 용퇴론’이 갑자기 터져 나오면서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586 운동권의 당’으로 불릴 정도로 586이 당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인데요.

당내에서는 “이참에 586세대 교체와 함께 당의 체질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는 최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야권에 대체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 무관하지 않은데요. 그만큼 민주당 내에서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민주당 내 한 인사는 “대선은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길 방법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번 대선 패배는 단순한 이재명의 패배가 아니라 2030세대가 사실상 586으로 대표되는 진보세력을 완전히 보이콧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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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의도한대로 청년층인 2030이 산업화 세대인 60대 이상과 손을 잡아 민주화 세대인 4050을 압도하는 ‘세대포위 구도’가 공고해졌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역전은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그러자 민주당의 청년 정치인들은 물론 젊은 보좌진과 당직자 등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세대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 27일 SNS에서 “586 선배님! 말을 꺼내셨으면 실행하셔야죠! 이런 정치 물려주실 겁니까”라고 공개 저격에 나섰습니다. 아직까지 송영길 대표와 우상호 의원 외에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586 의원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겁니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
일부 청년 정치인 사이에서는 “이참에 민주당이 ‘가치’가 아닌 ‘이익’ 위주의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 지방분권 등 기존 민주당과 586 운동권이 지향해온 가치 대신 대중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당으로 바꾸자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민주당 내 ‘비주류’ 출신인 이재명 후보는 이런 흐름과 비슷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민주화나 평화 등 거대담론 대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생활 밀착형 공약을 벌써 50개 넘게 내놓았는데요. 최근 경기도 순회 일정에서는 시·군 단위 공약까지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의문은 남습니다. 우선 민주당이 가치가 아닌 이익 위주 정당으로 탈바꿈한다면 애초에 가치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수정당과 차별화를 어떻게 할지가 관건입니다.

나아가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이익을 추구할 건지도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개혁의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것인데요. 향후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 내 쇄신 움직임이 어느 쪽으로 옮겨갈지 흥미롭게 지켜봐야겠네요.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