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위험회피 수단으로 통했던 비트코인이 미국 뉴욕증시와 함께 폭락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점점 주류로 편입되면서 오히려 위험회피 기능을 잃어버리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과 같은 거시적 금융 변수에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과 S&P500지수의 상관계수는 0.4로, 약 0.1 수준이었던 작년 5월보다 4배 급증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이 둘의 상관계수는 0에 가까웠다.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7∼2019년 비트코인 가격과 S&P500지수 간 상관계수는 0.01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비트코인과 미국 증시의 동조화 흐름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올해 들어 나스닥지수가 약 13% 하락하는 동안 비트코인 가격도 20% 가까이 떨어졌다.

잭 판들 골드만삭스 외환 전략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암호화폐가 기존의 금융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생태계에 존재하면서 거시적 금융 변수와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비트코인 등이 주류로 편입되면서 기존의 금융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판들 전략가는 "암호화폐의 주류 편입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주류로 편입되면 밸류에이션을 높일 수 있지만 다른 금융 시장 변수와의 상관 관계가 높아져 비트코인의 장점이었던 자산배분 수단으로서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메타버스 산업의 발달로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암호화폐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중앙은행의 긴축을 포함한 거시경제 요인의 영향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을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취급하며 팔지 않고 오랫동안 보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1년 이상 비트코인이 저장된 비트코인 지갑 중에서 입금되는 비트코인의 25% 미만을 소비하는 지갑의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