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발생에 수색 중단, 외국인 노동자만 남아 작업…가족들 거듭 분통
"내 손으로 찾겠다"…구조 지연 우려에 붕괴현장 뛰어든 가족들
"제 손으로 직접 찾을 겁니다.

"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를 맡은 안모 씨는 29일 콘크리트 파편과 철근 가락이 뒤엉킨 잔해 비탈을 단숨에 뛰어 올라갔다.

26층 붕괴 면에서 잔햇더미 경사면을 타고 뻥 뚫린 천장 위로 오르자 깎아지른 절벽 같은 외벽과 집채만 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안 대표의 눈앞에 펼쳐졌다.

잔햇더미를 한참 동안 바라본 안 대표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와 2개 층 계단을 뛰어올랐다.

잔해 꼭대기에서 구조대 진입로 확보 작업이 한창이 29층에 다다르자 외국인 노동자 등 작업자 다수가 콘크리트 잔해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삽으로 모은 잔해를 손수레에 싣고 붕괴사고가 비껴간 아파트 내부 반대편으로 나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내 손으로 찾겠다"…구조 지연 우려에 붕괴현장 뛰어든 가족들
작업자 일부는 안 대표 등이 나타나자 가족들을 향해 외국어 억양이 섞인 한국말로 항의를 하기도 했다.

"안전하지 않다면서 구조 인력을 빼놓고 용역들만 일하고 있는 건 뭡니까.

"
안 대표, 그와 동행한 붕괴 피해자 가족 6명은 구조·수색 일시 중단 소식을 접하고 진입한 건물 내부에서 HDC 현대산업개발이 고용한 노동자만 남은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오후 7시께 안 대표 등이 붕괴사고가 난 203동 내부로 들어가는 동안 수습 당국 관계자나 현대산업개발 직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족들의 건물 진입 17분 만에 전화 보고를 받고 나타난 소방당국 관계자는 "여기에 계시면 안 된다"며 안 대표 팔과 옷자락을 잡고 끌어내기에 급급했다.

건물 내부 전진 지휘소가 설치된 20층으로 밀려난 가족들은 "국가는 이제 구조와 수색에서 빠져라. 우리가 직접 나서겠다"며 당국에 항의를 이어갔다.

"내 손으로 찾겠다"…구조 지연 우려에 붕괴현장 뛰어든 가족들
이날 붕괴 아파트 건물 내부에서는 24층 천장 부분에서 균열이 발견되자 오후 5시 5분께 매몰자 구조와 실종자 수색이 중단됐다.

국토안전관리원이 지지대 보강 등 안전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작업 중단을 권고하자 소방대 인력은 현장에서 철수했고, 매몰자 구조를 위해 29층에 투입한 1t 굴삭기도 작업을 멈췄다.

오후 6시 30분께 작업 중단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직접 구조에 나서겠다며 건물 내부로 진입했고,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잔해 제거 작업자만 현장에 남은 모습을 목격하고는 분노와 비난을 쏟아냈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오후 7시 50분께 현장에 도착해 "균열로 인한 구조·수색 중단 지시가 24∼26층 3개 층에만 내려졌다"며 그간의 사정을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이 국장은 "우리 대원들도 여기가 무너질까 상당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지지대를 보강하는 쪽으로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 되면 다시 구조와 수색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손으로 찾겠다"…구조 지연 우려에 붕괴현장 뛰어든 가족들
가족들은 24시간 교대로 작업 상황을 내부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요구하며 적극적인 구조와 수색을 당국에 요구했다.

가족들은 이후 현장을 찾아온 이용섭 시장으로부터 "최선의 대책을 내일 중으로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오후 11시께 건물 밖으로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