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원료인 웨이퍼. 연합뉴스
반도체 원료인 웨이퍼. 연합뉴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생산업체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와 독일 실트로닉의 합병이 무산됐다. 독일 정부가 심사 완료 기간인 지난달 31일까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영향이다. 시장에선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는 독일 정부가 의도적으로 합병을 무산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웨이퍼스는 1일(현지시간) "실트로닉에 대한 인수제안 및 인수합병(M&A)은 성사되지 않고 취소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약 49억달러에 실트로닉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글로벌웨이퍼스는 일본 신에츠에 이어 세계 2위 웨이퍼 생산업체가 될 수 있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인수 무산에 따라 실트로닉에 5000만유로 상당의 계약 해지 수수료를 지급해야한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합병 무산과 관련해 "투자 심사에 필요한 검토 단계를 완료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세계 각 국이 반도체 기술주권을 강화하려고 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정부는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이런 와중에 독일 정부가 인수를 허가하지 않자 시장에선 "독일과 EU가 '기술 리더십 잠식'을 우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리스 슈 글로벌웨이퍼스 최고경영자(CEO)는 "결과가 매우 실망스럽다"며 "독일 정부의 미결정을 분석하고 향후 투자전략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공식 성명에서 "유럽은 여전히 글로벌웨이퍼스의 중요한 시장이며, 이 지역의 고객과 직원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트로닉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실트로닉의 주가는 지난달 31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서 약 4% 상승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