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증시가 높은 회복력을 토대로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국내외 증권업계에서 나왔다. 유로존은 지난해 코로나19 재확산과 록다운 반복으로 경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운데서도 지수가 20% 넘게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작년 하반기에는 기업 이익 회복 속도가 미국 증시를 추월할 정도로 빨랐다. 미국 증시의 대안을 찾는다면 유로존 증시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유로존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JP모간은 2022년 연간 보고서에서 “유로존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황, 경제 성장 속도 및 정책 지원 수준 등에서 매우 고무적으로 보인다”며 “저평가된 지역이지만 강력한 수익 반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유로존이 미국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좋아 보인다”며 “유로스톡스600의 12개월 목표치로 530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유로스톡스600 지수는 지난해 488.71로 마감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유로존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복병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로존이 수급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은 여전히 경기 부양 기조로 남아 있을 전망”이라며 “과거 미국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 유로존 증시는 비(非)미국 중 주도주 기능을 했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작아 금리 상승기 주가 방어력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유로존 경제가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지만 그만큼 회복 여력이 높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다. 유로존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건설 경기가 반등하고 설비투자 선행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공급망 차질이 정점을 통과하면 제조업 반등이 가시화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탄탄한 대외 수요와 낮아진 유로화 환율이 수출과 제조업을 지원할 것”이라며 “소비와 수출, 투자에서 모두 고른 개선이 나타나면서 올해 유로존 회복세가 미국보다 돋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보기술(IT)·소비재 등에서 중장기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유로존에서 글로벌 기술과 산업 트렌드에 부합하는 주도 성장 산업의 이익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반도체, IT 하드웨어, 럭셔리, 모빌리티 업종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