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자라·H&M 등 색깔 입히는 글로벌 5대 염료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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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있을 뿐 사양산업은 없다” ㈜오영 '한우물'경영
중국이전 안하고 친환경 염료개발 집중…국내 최대업체로
美·中무역분쟁'수혜'로 매출 급증…H&M GAP과 공동 개발도
중국이전 안하고 친환경 염료개발 집중…국내 최대업체로
美·中무역분쟁'수혜'로 매출 급증…H&M GAP과 공동 개발도
니트 패딩 티셔츠 양말 신발 가방 등 섬유류에서 제지 소파 카시트 등까지 모든 제품에 ‘물을 들여 색깔을 입히는’화학물질을 염료라고 한다. 전세계 염료 시장만 연간 9조원규모로 염료산업은 정밀화학의 ‘꽃’으로 불린다. 150년 역사가 넘은 글로벌 화학회사인 바스프와 바이엘도 초기 사업의 근간은 염료였다.
㈜오영은 40여년간 색을 만드는 ‘염료 제조’외길을 걸어온 국내 최대 업체다. 우리나라 전체 염료 생산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직매형(SPA) 의류브랜드인 유니클로와 H&M을 비롯해 패션 브랜드인 자라(ZARA),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 등의 제품에 공급되는 세계 5대 염료업체이기도 하다. 면제품을 염색하는 데 쓰이는 반응성 염료 분야에선 세계 3대 기업으로 꼽힌다. 섬유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오영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2%증가한 2200억원을 기록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정홍기 오영 회장은 “한계기업이 있을 뿐 사양산업은 없다”며 “‘우공이산(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의 자세로 품질 경영을 지속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창업주인 정 회장과 2세인 정진욱 사장이 공동 경영하는 ‘모범 승계기업’이기도 하다. 정 사장은 서울대 화학과 학사·석사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에서 기술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삼성전자 경영혁신팀 과장으로 3년간 근무하다 2005년부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오영이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믿고 쓰는 염료업체로 등극하면서 이들과 공동 연구·개발(R&D)을 주도하기도 했다. 미국 패션브랜드 GAP과는 주변 빛의 밝기 변화에도 색상의 시각적 변화가 거의 없는 완전한 검정색(블랙) 염료를 공동 개발했다. H&M과는 ‘폐수절감형 반응성 염료’를 공동 개발했다. 염료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소비를 30%절감하고 생산성을 50%가량 늘린 획기적인 친환경 생산기법이다.
창업 당시 우리나라 염료업계는 불모지에 가까워 대부분 바스프, 바이엘,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 유럽과 일본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유럽은 100년, 일본은 30년이나 앞선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기술을 따라잡기위해 수시로 일본을 드나들며 현지 퇴직 기술자들을 접촉했다. 이들과 식사 도중 듣게 된 온도 산성도(pH) 등 염료 생산 조건들은 몰래 냅킨에 메모했고, 생산설비 배치 노하우는 호텔로 돌아와 복기해가며 설계도를 그렸다는 일화는 업계에 유명하다.
오영은 창업 1년만에 주요 염료 기술에 대한 국산화에 성공했고 한국산업단지공단의 도움으로 염료 관련 신기술을 잇따라 개발하며 유럽과 일본 업체들을 추격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대다수 염료업체들이 인건비가 싸고 환경 규제가 적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것은 오영이 국내 선두기업이 되는 계기가 됐다. 오영은 거꾸로 국내 생산시설을 4배로 확충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정 회장은 “언젠가 중국도 인건비가 오르고 환경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고 기술유출 문제 역시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회장 예상대로였다. 중국으로 간 국내 대기업 계열 염료회사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고 아예 사업에서 철수했다.
정 사장은 올해 염료시장 전망에 대해 “중국의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오영과 같은 친환경 생산체제를 갖춘 기업만이 살아 남을 것”이라고 했다. 또 미래 경영 전략에 대해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시대에 맞게 친환경 염료와 고부가가치 염료, 잉크젯 방식의 프린트용 염료 시장을 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오영은 40여년간 색을 만드는 ‘염료 제조’외길을 걸어온 국내 최대 업체다. 우리나라 전체 염료 생산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직매형(SPA) 의류브랜드인 유니클로와 H&M을 비롯해 패션 브랜드인 자라(ZARA),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 등의 제품에 공급되는 세계 5대 염료업체이기도 하다. 면제품을 염색하는 데 쓰이는 반응성 염료 분야에선 세계 3대 기업으로 꼽힌다. 섬유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오영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2%증가한 2200억원을 기록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정홍기 오영 회장은 “한계기업이 있을 뿐 사양산업은 없다”며 “‘우공이산(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의 자세로 품질 경영을 지속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창업주인 정 회장과 2세인 정진욱 사장이 공동 경영하는 ‘모범 승계기업’이기도 하다. 정 사장은 서울대 화학과 학사·석사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에서 기술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삼성전자 경영혁신팀 과장으로 3년간 근무하다 2005년부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세계 5대 염료업체...H&M GAP 등 글로벌 패션社와 공동 R&D도
오영의 연간 염료 생산량은 4만t으로 이는 전세계 인구(78억명)가 모두 입을 수 있는 니트를 한 번에 염색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경기 시화국가산업단지에 있는 6만㎡(1만8000여평)규모의 오영 본사 공장은 국내 최대 염료 생산 설비다. 이 회사 덕분에 우리나라는 10년 전부터 스위스를 제치고 세계 3대 염료 생산국가가 됐다. 오영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6%로 전세계 65개국에 분말형태로 염료를 수출하고 있다. 화장품 의약품 등을 망라하는 국내 전체 정밀화학업계 가운데 단일 품목(염료)으로는 처음으로 2014년 오영이 ‘수출 1억불탑’을 수상했다. 정진욱 오영 사장은 “품질의 균일성 측면에선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색상의 염료는 청록색이라고 소개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나온 복장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영향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 당시엔 선수복이자 응원복 색상인 붉은색 염료가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고 한다.오영이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믿고 쓰는 염료업체로 등극하면서 이들과 공동 연구·개발(R&D)을 주도하기도 했다. 미국 패션브랜드 GAP과는 주변 빛의 밝기 변화에도 색상의 시각적 변화가 거의 없는 완전한 검정색(블랙) 염료를 공동 개발했다. H&M과는 ‘폐수절감형 반응성 염료’를 공동 개발했다. 염료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소비를 30%절감하고 생산성을 50%가량 늘린 획기적인 친환경 생산기법이다.
日기술 배우러 냅킨에 몰래 메모...中이전 않고 국내 설비 확충'역발상'
정 회장은 1981년 일하던 염료회사가 부도를 맞자 동고동락했던 공장장, 엔지니어 등 4명과 함께 오영을 창업했다. “영광스러운 다섯명이 되자”라는 의미에서 사명을 ‘오영(五榮)’이라고 지었다. 초창기 4명은 초기에 지분을 정리했고 현재 정 회장만 남아 대주주가 됐다.창업 당시 우리나라 염료업계는 불모지에 가까워 대부분 바스프, 바이엘,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 유럽과 일본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유럽은 100년, 일본은 30년이나 앞선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기술을 따라잡기위해 수시로 일본을 드나들며 현지 퇴직 기술자들을 접촉했다. 이들과 식사 도중 듣게 된 온도 산성도(pH) 등 염료 생산 조건들은 몰래 냅킨에 메모했고, 생산설비 배치 노하우는 호텔로 돌아와 복기해가며 설계도를 그렸다는 일화는 업계에 유명하다.
오영은 창업 1년만에 주요 염료 기술에 대한 국산화에 성공했고 한국산업단지공단의 도움으로 염료 관련 신기술을 잇따라 개발하며 유럽과 일본 업체들을 추격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대다수 염료업체들이 인건비가 싸고 환경 규제가 적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것은 오영이 국내 선두기업이 되는 계기가 됐다. 오영은 거꾸로 국내 생산시설을 4배로 확충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정 회장은 “언젠가 중국도 인건비가 오르고 환경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고 기술유출 문제 역시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회장 예상대로였다. 중국으로 간 국내 대기업 계열 염료회사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고 아예 사업에서 철수했다.
공급 대란 속 '완충'역할...삼성물산 효성 코오롱 등 "오영, 고맙다"
오영은 글로벌 공급망위기 속 '방파제'역할도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당시 세계 최대 염료 생산기지인 중국이 갑자기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국제 염료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국제 가격이 2~3배씩 올랐지만 국내 조달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오영이 완충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그때 우리 염료로 섬유를 만드는 삼성물산 효성 코오롱 등 고객사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정 사장은 올해 염료시장 전망에 대해 “중국의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오영과 같은 친환경 생산체제를 갖춘 기업만이 살아 남을 것”이라고 했다. 또 미래 경영 전략에 대해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시대에 맞게 친환경 염료와 고부가가치 염료, 잉크젯 방식의 프린트용 염료 시장을 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